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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Aug 09. 2017

풍성하다 못해 화려한 베스트셀러

2017.8.8.



김애란 님의 '바깥은 여름'

애초에 매일 서점에 가기로 작정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김애란 님이 쓴 소설이 한참 전인 6월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서점에 달려갔었다.
그런데 다이슨을 위협할만한 단편집의 흡입력에 단숨에 빨려 들어갔다.

읽어버리고 나니 아까웠다.

에이... 아껴서 읽는 거였는데.  


스포일러 하나.

'어디로 가고 싶으신 가요'라는 단편에서 '헉' 했던 부분을 소개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러 들어갔다 죽은 남편 때문에

나름의 이별의식을 치르고 있는 주인공 명지.

명지는 남편에 관한 기억을 더듬고, 원망하고, 잊으려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다 구하려던 제자의 누나가 쓴 감사편지를 받는다.

알고 보니 누나는 거동이 불편해 죽은 동생이 모든 수발을 다 들어줬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왜 남편이 그 제자를 구하러 들어갔는지 조금 이해를 하는 장면.

이 소설의 엔딩이기도 하다.


'.... 어쩌면 그 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을까' 당신을 보낸 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자신만을 남겨둔 신랑을 조금을 이해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자의 먹먹함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삶이 삶에 뛰어들었다니...      


김영하 님의 '오직 두 사람'

가독성이 너무 좋은 글을 읽으면 일종의 갈증 상태가 된다.

바로 입맛을 다시는 하이에나가 되어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기웃거렸다.

이내 눈에 들어온 김영하 님의 '오직 두 사람'.


전개나 장면의 색채가 너무 강렬했다.

바로 전에 읽은 김애란 님의 글은 글자들이 눈물처럼 줄줄줄 흐르는 듯했는데,

'오직 두 사람'은 글자들이 튀어나와 내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댔다.

 

김영하 님의 소설은 약간 유럽 소설 같다.

평범한 인물에 굉장히 황당하고 기괴한 설정을 덮어 씌워버린다.


한 단편을 예로 들자면,

취업을 하려는 4명의 젊은 남녀가 입사시험을 보려고 모였다.

그런데 입사시험은 방탈출 게임.

하지만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

자신들이 감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멘붕에 빠진  네 명의 각가지 다른 반응이 흥미롭다.  


분명 탈출구가 있을 거라 믿고 머리를 굴리고 단서를 찾는 남자.

그동안 지은 죄로 인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시종일관 속죄하는 기도를 하는 여자.

앞 뒤 가릴 것 없이 열심히 막무가내로 방문에 온 몸을 던져서 문을 열려는 남자.

그리고 이 상황을 한 발작 뒤로 빼고 관망하며 우울해하는 주인공인 '나'.


이 모습은 딜레마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과 닮아있다.

방에 갇힌 사람들처럼 우리도 이 세상에 왜 왔는지.

대체 무슨 이유로 왔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단편이 더욱 와 닿았던 걸까.

나는 이 넷 중 어떤 사람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


그리고 아무래도 단편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골라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위험한 비너스'

추리소설의 제목 다운 점은 인정하지만

살짝 불만스러운 것이

제목에 힌트가 보인 다는 점이다.


저기 작가님,

위험한 '비너스'라니요.

그럼 범인은 여자란 뜻이잖아요.

출판사에서도 이 부분이 걸렸는지

광고 문구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이 책의 미스터리는 단 하나가 아니다'


네네.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뜻이시지요?

그런 거죠?

빤히 여자가 범인 일리는 없는 거죠?


이 추리 소설은 아직 읽고 있는 중인데.

주인공이 여자일 것이다라는 추측은

내가 넘겨짚은 거였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그리고 조영주 작가님의 '타락할래'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다.

이 작가님은 '붉은 소파'라는 추리 소설을 재밌게 읽고 알게 된 작가분이시다.

이번 신작의 설정은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천사와 악마의 세계를 기발하게 그렸다.

길가다 키스하는 젊은이들 보면 한번 다시 쳐다보게 될 듯.

(이 소설에서는 악마가 키스로 인간은 모든 것을 빼앗는다)



어찌 되었든.

이 책을 다 읽어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 신작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다.


풍성한 한가위도 아니고

이건 정말 풍성하다 못해

화려한 베스트셀러.


      


 +


이렇게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듯

베스트셀러를 읽어대는 모습이

좀 너무 가벼워 보이긴 하지만...

재밌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정말 안 좋은 독서 습관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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