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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Sep 28. 2017

지킬 필요가 없었던 비밀

2017.9.28.

 




학부모님과 만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부모님은 학교에서 아이의 모습이 너무 궁금하고,

나는 아이가 집에서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다.

한 명의 아이를 두고 대화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애정이 넘치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


서로가 사랑하는 한 아이를 두고 

(물론 부모님의 사랑에 내가 비할 바가 아니지만)

이 아이가 이렇고 저렇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30분은 너무나 부족하다.


내가 상담을 하는 방식은 무척 간단하다.

말이 거창해서 '상담'이지.

나는 그저 아이를 관찰한 결과를 전달할 뿐이다.


나부터도 집이 아닌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생존해나가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나의 상담은 아이를 관찰한 부분과 

교사로서의 개인적인 의견 정도를 덧붙이는 정도이다.


나의 솔직함을 이미 경험한 아이들은

상담주간이 되면 나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쌤, 우리 엄마한테 이상한 말 하지 마세요"

"좋은 말만 해주세요."


심지어 오늘은 상담 직전 

우리 반 K양에게 이런 문자도 받았다.


"제 비밀을 말하지 마세요!!! 말하시면 저 상처받을 거예요"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 녀석의 정보 중에 

어떤 부분이 그 '비밀'인지 잘 모를뿐더러

그 비밀을 부모님께 함구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나름 그녀의 비밀이

K군과 다시 사귀기로 했다는 사실일 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상담에 굉장히 진지하게 임했다.

(비밀을 말하면 안 된다.. 안된다... 안된다..)


퇴근 후에 K양에게 답장을 했다.


"일단 너의 비밀이 먼지 모르겠지만, 

안 한 것 같아. ㅋㅋㅋ"


차마 K양에게

너의 엄마는 이미 K군과의 관계를 

다 알고 계시단다 라고 말해줄 수 없었다.


아이들은 모른다.

어른들은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하는 부모님의 노고를...


귀여운 K양.

너의 비밀은 애초에 지킬 필요가 없었단다.

이번 주말에 부모님과 허심탄회하게

아메리칸 스타일로다가 

대화를 해보는 게 어떠니?




+


이번 주 마지막까지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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