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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Oct 04. 2017

물 오른 전부치기 실력

2017.10.3.





명절 때마다 우리 시댁은
집안 회관에서 제사를 지낸다.

내일 지내는 제사만 20개.
준비하는 음식의 규모를 간단히 말할 것 같으면
계란 5판 넘게 깨서 대야에 푸는 수준이다.

일년에 두번 보는 집안 사람들.
이름도 모르고 남편이 누구인지
나와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명절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음식준비를 하며 대화를 한다.

막 시집와서는
회관의 낯선 분위기와 일의 규모에
신랑에게 약간의 배신감 마저 느꼈지만
지금은 나름 적응을 해서
음식 준비를 즐겁게 하는 중.
(내가 여보를 이렇게 사랑한다.)

오늘 저녁 때
겉으로 티는 못냈지만
전을 뒤집는 나의 솜씨에
스스로 굉장히 감동하고 말았다.

가장자리가 익어가는 전을
적당한 타이밍에
능숙하고 노련한 솜씨로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시크하게 뒤집는 솜씨라니.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전 부치기 실력.
맘 같아서는 100장도 더 부쳐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거 과장 아님)

내년 설에
다시 리셋이 된다는게
안타까울 뿐.


+

다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그리고
(애들 알림장에도 써준 말인데..)

'과식 조심'


++

알림장에 이거 쓰면서 애들이
"쌤이나 과식하지마요"라고 한 마디씩.

그래, 얘들아.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
밤 12시가 넘었는데
지금 배가 터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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