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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Nov 20. 2017

다행이다, 지금의 내가.

2017.11.19.




일주일 전,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이은미 콘서트' 티켓 2장이 생겼다는 것.


각 남편들의

5대양과 6대주를 아우를만한

넒은 아량과 배려로 (이래야 다음에도 기회를 엿볼...)

여자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콘서트장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러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갔다.


20대때는 자주 갔지만

결혼하고는 도통 갈 일이 없었던 번화가.

얼어 죽을 것 같은 날씨에도

짧고 얇은 옷을 입은 애송이들이 버글버글했다.


그 날 너무 추웠다.

코트 한장으로는 택도 없는 추위에

어깨를 잔뜩 움츠리다보니 담이 결릴 정도였는데,

아이스크림 빨고 돌아다니는 '진정한' 젊은이들도 보였다.


내 동생의 팔짱을 꼭 끼었다.

그 날은 워낙 추웠고,

게다가 너무 새파란 젊음에

나는 약간 위축도 되었다,


10년전 이 거리의 군중에 하나였을

나를 떠올리고는

금없이 속으로 안도했다.


대충 이렇게...


'다행이다. 지금의 내가...참 다행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젊음'은 영원히 붙잡고 싶은데,

젊음이 폭발하던 나의 20대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네,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도 '한' 방황 좀 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뛰어가는 듯한 빠른 걸음으로

아줌마 둘은 걸었다.


각종 술집 전단지가 바닥에 뿌려져 있고,

여기저기에서 담배 연기와 취기가 얼큰했다.


예전엔 익숙했지만

이제는 낯선 그 젊음이들의 거리에서

지금까지 잘 살아온 내가 어쩐지 대견스러웠다.


다행이다.

지금의 내가.





+


간만에 새벽 포스팅 하며

젖은 휴지마냥 감상에 푹 빠졌어요.

독자분들의 '5대양과 6대주를 아우를만한'

그 넓으신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릴께요.


월요일 한 주 활기차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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