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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an 24. 2018

아빠에게 준 편지

2018.1.23.




다른집은 몰라도,
화장실은 우리집에서는 육아쉼터이다.

그 안에 있으면 굉장한 자유가 보장된다.
스마트폰을 하든 책을 읽든 뭘하든 아무도 모른다.
굉장히 사적인 시간이므로
빨리 나오라고 하는 말도 꺼낼 수 없을 뿐더러
행여 애들이 (무례하게도) 문을 두들이며 부탁을 해도 나가서 해주겠다는 핑계가 당연히 용인된다.

신랑은 화장실에 오래 있는편.
아이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아빠를 부르며 찾다가 화장실에 있다고 하면

"또 화장실이야?"

하며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빠는 원래  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둘이서 갑자기 속닥속닥.
종이를 가져오더니 아빠한테 편지를 쓰겠다고했다.

그렇게 둘이 열심히 쓰곤
곱게 접어서 아빠를 기다렸다.

아빠는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손편지 두개를 전달받았다.


아빠에게 전달된 편지 공개.


다소 격앙된 말투의 현이의 편지.
문장부호도 적절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오빠보다 간결하지만

어쩐지 더 강력한 메세지가 느껴지는

진이의 편지.



깍듯한 '유진이 올림'으로 마무리.




애들아.

아빠가 배가 아프셔서 화장실에 계신건데

그렇게 말하면 못써.


설마 아빠가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모형 배 만들어놓은거 보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그랬겠니?



+

나는 네가 지난 저녁에 화장실에서 한 일을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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