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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May 16. 2018

오늘은 스승의 날

2018.5.15.




스승의 날이었다.

나는 이 말이 좀 간지럽다.


'스승의 날'이라고 하면 마치 '근로자의 날'을 

'성스러운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근로자의 날' 의 느낌이 난다.


'근로자의 날' 처럼 '교사의 날'이라고 하면 안되나.

어쩐지 나는 그냥 보잘것 없는 교사인데 

'스승의 날'이라는 큰 산 앞에서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스승의 날' 덕분에 

교사는 참 아이들에게 과분한 사람을 받기도 한다.

매일 되먹지 않은 썰렁한 개그를 구사하는 아줌마에게

이쁘다, 고맙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해준다.

정말 과분하다.


전에도 했던 말인데,


학생과 자식은 정말 비슷하다.

서로가 서로를 선택을 한 적은 없지만

학생이라서, 자식이라서

내가 실수를 하고 부족해도

다 이해해준다.

선생님이니까, 엄마니까 어쩔 수 없이.


나를 만나서 보낸 1년이 

녀석들에게는 기억에 평생 남을

학창시절의 한 부분이 될텐데...

다시한번 마음을 다 잡게 된다.


혹시나 내가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누군가를 나도 모르게 건성으로 대하지는 않을까.

진심으로 다가가야지.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스승'은 어림없고 '괜찮았던 선생님'을 목표로

하루하루 아둥바둥 사는 나로서는

스승의 날이 좀 아무래도 어색하다.

특히나, '스승의 날' 노래 가사는 진짜 

뜨악스럽지 않은가.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하늘과 같은 은혜를 베풀지 못한 교사로서 

살짝 죄책감마저 들 지경.

하늘이라니.)


그래도 

스승의 날의 좋은점 하나.

졸업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는 것 같아서

반갑고 좋다.

중학교는 늦게 끝나서 

스승의 날이 아니면 다 모이기가 만만치 않다.


정들었던 학생들이 

새 교실에 앉아 있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그 구성원이 모이면

신기하게도 그 때 그 반만의 분위기가 

바로 조성이 된다.


그래서 교실에서 우리만의

그 익숙한 기류를 느끼면서

사진도 찍고, 웃고, 떠들었다. 


그래서 오늘 참 행복했다. 


비록 치킨으로 난장판이 된 교실을 치우느라 

지금 삭신이 쑤시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일년에 한번인데.(두번이면 안 됨) 

녀석들이 좋아하고 즐거우면

그걸로 족한 거니까. 



+


그냥 넘어가기엔

아쉬운 추억들 남기기.



아침에 우리반 학생들이 꾸며준 칠판.





지난주 어린이날 선물로,

사회, 수학 시험지를 손에 쥐어주었더니.

우리반 동물 박사 아영이가 그에 대한 귀여운 복수로 이런 문제를 내줬다.

아영쓰, 하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아침에 선물받은 카네이션과 편지, 롤링페이퍼.

나는 선생님한테 이렇게 글을 예쁘게 써준 적이 있던가.







 







++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몰려든 졸업생들. 


어우, 너네들.

남자 냄새난다. 

잘 씻고 있는거지들?

냄새와 달리 다들 더 멋있어졌네.




그리고 여학생 무리들.







치키 삼매경에 빠진 아가들.

준혁이는 숨도 안 쉬고 먹더라.






그래, 너희들 한창 클 나이지!

기억난다.

쌤 남동생은 너희만할 때, 

치킨 한 마리는 그냥 혼자 먹는거라며....




+++


그리고 김영란법과 전혀 상관없는 

졸업생들의 선물들 기록.


카네이션 꽃 바구니

옷에 다는 카네이션 들.






향이 너무 좋은 허브 화초들.

요즘 쌤이 화초 기르기에 푹 빠진 것을 어찌알고.

고맙다. 잘 키워볼께.









감수성 터지는 여중생 답게 

너무 소녀스러운 포장. 

내가 먹어본 웨이퍼중 가장 맛있었어, 나현아.




핸드폰 받침고리.

이런거 진짜 하나 필요했는데,

진짜 어떻게 딱 알았어?






내가 티라미수 좋아하는 걸 기억해주다니.

감동이다.

쌤 맛있게 먹고, 살은 안 찔게!







그리고 마지막 선물은 


작년 나의 일기에 자주 등장했던 최군이 준거다.


자신의 증명사진을 내 핸드폰 케이스에 넣어주며

보고싶을 때마다 꺼내서 보라고...


하하하하하....


정말 우리 최군,

한결같구나. 

한결같아.







그리고 추억에 남을 단체사진.

늦게 온 정연이, 하은이, 진아가 사진에 빠져서 아쉽다.






  


만화 모드로 사진 수정해본 단체사진.

장난끼 넘치는 녀석들 성격이 더 잘 나타나는 것 같다.



애들아!


쌤이 격하게 사랑한다.

그리고 너희를 항상 응원한다.

지금처럼 멋지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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