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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승의 날

2018.5.15.

by 미숑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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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었다.

나는 이 말이 좀 간지럽다.


'스승의 날'이라고 하면 마치 '근로자의 날'을

'성스러운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근로자의 날' 의 느낌이 난다.


'근로자의 날' 처럼 '교사의 날'이라고 하면 안되나.

어쩐지 나는 그냥 보잘것 없는 교사인데

'스승의 날'이라는 큰 산 앞에서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스승의 날' 덕분에

교사는 참 아이들에게 과분한 사람을 받기도 한다.

매일 되먹지 않은 썰렁한 개그를 구사하는 아줌마에게

이쁘다, 고맙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해준다.

정말 과분하다.


전에도 했던 말인데,


학생과 자식은 정말 비슷하다.

서로가 서로를 선택을 한 적은 없지만

학생이라서, 자식이라서

내가 실수를 하고 부족해도

다 이해해준다.

선생님이니까, 엄마니까 어쩔 수 없이.


나를 만나서 보낸 1년이

녀석들에게는 기억에 평생 남을

학창시절의 한 부분이 될텐데...

다시한번 마음을 다 잡게 된다.


혹시나 내가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누군가를 나도 모르게 건성으로 대하지는 않을까.

진심으로 다가가야지.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스승'은 어림없고 '괜찮았던 선생님'을 목표로

하루하루 아둥바둥 사는 나로서는

스승의 날이 좀 아무래도 어색하다.

특히나, '스승의 날' 노래 가사는 진짜

뜨악스럽지 않은가.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하늘과 같은 은혜를 베풀지 못한 교사로서

살짝 죄책감마저 들 지경.

하늘이라니.)


그래도

스승의 날의 좋은점 하나.

졸업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는 것 같아서

반갑고 좋다.

중학교는 늦게 끝나서

스승의 날이 아니면 다 모이기가 만만치 않다.


정들었던 학생들이

새 교실에 앉아 있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그 구성원이 모이면

신기하게도 그 때 그 반만의 분위기가

바로 조성이 된다.


그래서 교실에서 우리만의

그 익숙한 기류를 느끼면서

사진도 찍고, 웃고, 떠들었다.


그래서 오늘 참 행복했다.


비록 치킨으로 난장판이 된 교실을 치우느라

지금 삭신이 쑤시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일년에 한번인데.(두번이면 안 됨)

녀석들이 좋아하고 즐거우면

그걸로 족한 거니까.



+


그냥 넘어가기엔

아쉬운 추억들 남기기.



아침에 우리반 학생들이 꾸며준 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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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어린이날 선물로,

사회, 수학 시험지를 손에 쥐어주었더니.

우리반 동물 박사 아영이가 그에 대한 귀여운 복수로 이런 문제를 내줬다.

아영쓰, 하나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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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침에 선물받은 카네이션과 편지, 롤링페이퍼.

나는 선생님한테 이렇게 글을 예쁘게 써준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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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몰려든 졸업생들.


어우, 너네들.

남자 냄새난다.

잘 씻고 있는거지들?

냄새와 달리 다들 더 멋있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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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학생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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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 삼매경에 빠진 아가들.

준혁이는 숨도 안 쉬고 먹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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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희들 한창 클 나이지!

기억난다.

쌤 남동생은 너희만할 때,

치킨 한 마리는 그냥 혼자 먹는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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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김영란법과 전혀 상관없는

졸업생들의 선물들 기록.


카네이션 꽃 바구니

옷에 다는 카네이션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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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너무 좋은 허브 화초들.

요즘 쌤이 화초 기르기에 푹 빠진 것을 어찌알고.

고맙다. 잘 키워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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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터지는 여중생 답게

너무 소녀스러운 포장.

내가 먹어본 웨이퍼중 가장 맛있었어, 나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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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받침고리.

이런거 진짜 하나 필요했는데,

진짜 어떻게 딱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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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티라미수 좋아하는 걸 기억해주다니.

감동이다.

쌤 맛있게 먹고, 살은 안 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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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선물은


작년 나의 일기에 자주 등장했던 최군이 준거다.


자신의 증명사진을 내 핸드폰 케이스에 넣어주며

보고싶을 때마다 꺼내서 보라고...


하하하하하....


정말 우리 최군,

한결같구나.

한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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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추억에 남을 단체사진.

늦게 온 정연이, 하은이, 진아가 사진에 빠져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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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모드로 사진 수정해본 단체사진.

장난끼 넘치는 녀석들 성격이 더 잘 나타나는 것 같다.



애들아!


쌤이 격하게 사랑한다.

그리고 너희를 항상 응원한다.

지금처럼 멋지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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