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8.19.
워낙 얼굴에 살이 많아서
주름도 별로 없고
이만하면 머 괜찮지 했다.
내 피부톤에 이 정도 잡티야
원래 얼굴이 흰 편도 아니었으니까
괜찮다고 위안을 삼았었다.
하지만 왼쪽 손등의 갈색 반점들.
정녕 그 단어를 사용해야하는지도 망설여지는
'검버섯'.
까짓거.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담담하게 넘어가고싶지만
손의 '검버섯'은 노화의 단계 중에도
한참 뒷 단계이지 않나.
다시 아랫입술을 질근질근 씹는다.
검버섯.
누가 이름을 지은 걸까.
오래된 나무토막 같은 곳에
시커멓고 일정한 모양의 거뭇한 버섯이
다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비유한 걸까.
아니면 버섯처럼 금방 번식하고 확 퍼져나가서
그런 이름을 붙인건가.
그러면 이것도 더 많이 생길려나.
심란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은데
손 등에 '늙은이' 도장이라도 찍힌 기분이었다.
냉장고에 언젠가 사놓은
노니 원액을 한잔 따랐다.
애들 면역력에 좋다해서 가끔 먹이던거였다.
(맛이 별로라 싫어한다)
마침 옆에 있던 현이가 말했다.
"엄마, 나 노니주스 안 마실래"
"너 주려는 거 아냐. 나 마실꺼야.
엄마 손 좀 봐바"
나는 손등을 현이 얼굴 앞에 갖다 대었다.
"현아, 이거 보이지? 이거 할머니만 생기는건데
엄마한테 생겼어."
거의 우는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고는
노니 주스를 원샷했다.
그러자 현이가 하는 말.
"엄마, 한 잔 더 마셔"
+
그런데 왜 하필 왼손일까.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운전하며 손이 탔을 것 같다는 것이다.
항상 왼손이 창문쪽이니까...
그래서 장만했다.
UV 차단 팔토시와 면장갑
김여사님이나 낄 것 같지만..
흠.
이렇게 '여사'가 되어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