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4.
전자기기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늘 한결같다.
물건은 물건일 뿐.
스크래치란 언제든 날 수 있고,
떨어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가끔 화장실에서 만지작거리다 물방울이 튀어도 그 정도로 기계가 어떻게 되지 않는다고.
나처럼 기계를 편하게 대하는 사람과
아주 상극인 사람의 가장 좋은 예는
놀라울 정도로 내 가까운데 있는데
그게 바로 남편이다.
최근에 신랑이 산 전자기기는 'Go프로'라는 동영상 촬영 카메라.
이번 여름휴가에 맞춰 구매했는데,
케이스도 심상치 않은 그 기계는
찍는 대상에 맞춰서 목도 자동으로 돌아가는 아주 최신 기기다.
신랑은 사용 후 융 헝겊으로 닦아서 천천히 마치 의식을 치르듯
케이스의 홈에 딱 끼워 넣곤 했다.
그런 점은 참 나에게 없는 부분이다.
나를 불편하고 신경 쓰이게 하면 그건 내 물건으로서의 도리가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소유주니까 내가 편한대로 쓰면 그만이지.
무슨 신줏단지 모시듯 아끼는 다른 이의 모습에 왠지 모를 반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 핸드폰은 갤럭시 노트3이다.
난 처음부터 난 단단히 주인 노릇을 했다.
핸드폰을 자주 떨어뜨려 나보다 옆에 있던 신랑이 더 맘 아파했었고,
한 번은 텀블러에 담은 까페라떼가 가방에 쏟아져
핸드폰에게 본의 아니게 뜨끈한 라떼 목욕을 선사한 적도 있었다.
손 씻고 핸드폰을 만지다 터치 인식이 제대로 안 돼서
옷에 마구잡이로 문지르는 것은 일상이다.
이런 막돼먹은 주인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여태 큰 고장 없이 잘 버텨주었다.
오늘 서비스 센터 수리기사님도 갤럭시 노트3가 잔고장 없는 기종이라 하셨다.
핸드폰을 교체하면 인터넷 속도도 빨라지고 좋겠지만
내가 마구 다뤘던 이 핸드폰을 보내자니 좀 심란하다.
그러고 보면 핸드폰만큼 생활 밀착형 기계는 없는 듯.
거의 나의 3번째 손바닥이다.
이번에 기계를 새로 장만하게 되면.
예전처럼 주인 노릇은 하지 말아야지.
좀 닦아주고, 물도 피해 주고
소위 관리라는 것을 좀 해줘야겠다.
그러면 좀 오래 쓸 수 있으려나.
+
갤럭시 노트3와 이별 연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