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5.
녀석이 점점 대범해지고 있다
저번주 어린이집에서
딸아이가 낮잠시간에 이불을 들고
좋아하는 남자아이 자리에 조용히 다가가
옆에 누워 잠들었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그날 알림장에 대서 특필)
그뿐이 아니다.
기분이 좋으면 주먹을 쥐고
친구나 엄마의 허벅지를 꽁꽁 때리며
자신의 흥분상태를 보여준다.
어제 동생 집들이로 온가족이 모였을 때도 그랬다.
서울에 살아 자주 못보는 사촌동생을 보고
무척 낯설어 하길래
같이 놀으라고 한마디 했다.
"진아, 동생한테 가서 놀자고 해봐"
그러자 녀석이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럼 내가 발로 뻥 차줄까?"
대충 이런 식이다. 다소 과격하다.
최근에는 코딱지를 자주 먹는다
더러우니까 먹지 말라고
공주님은 코딱지 따위 절대 안 먹는다고
몇번 얘기 해보았지만 소용없다.
"진아.코딱지를 왜 먹어.더러우니까 먹지마"
"먹을꺼야"
"그게 머가 맛있다고 먹어"
"맛있어"
"맛있어? 무슨 맛인데?"
"짭짤해"
아버님 생신이라 오랫만에 갈비를 먹으러 갔다.
할아버지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딸내미는 식당에서 내내 할아버지 품에 안겨 밥을 먹었다.집으로 들어가는 길 아파트 지하에 주차를 하고 가족들 모두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은 할아버지 손을 끌어당겨 손바닥에 살며시 무언가를 놓는다.
"진아. 이게 뭐냐"
"코딱지"
"이걸 할아버지 왜줘"
"먹어"
"할아버지 먹기 싫은데"
어이 없이 웃는 할아버지를 보며,
진이가 날름 가져다 자기 입속에 넣는다.
'띵동 지하1층 입니다'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쩝쩝거리며 엘레베이터를 타는 녀석의 보았다.
영 아쉬운 기색이다.
아무래도 녀석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아버지에게 줬던 것 같다.
후...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