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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ul 03. 2016

애가 뭘 먹었길래 체한거냐

2016.7.3.



지난 금요일 닭을 튀겼다.

밥 준비하기 전마다 외식의 유혹을 느끼며

간신히 한끼 해먹는 처지에

갑자기 '홈메이드 치킨'을 한 이유는 이렇다.


이번주 내내 12시 넘게 들어오던 신랑에

과연 속좁은 마누라답게 갖은 히스테리를 적잖히 부려서 이기도 하고.

혼자 아이둘을 계속 보며 지쳤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좀 심하게 잡은 것 같아 미안해서였다.

참회하는 심정으로 한여름에 땀 삐질 거리며

감자랑 닭을 튀겨냈다.(다시한번 스스로 대견)





부침개도 심란해서 잘 안 부치던 엄마가

갑자기 이런 고난이도 튀김 음식을 해주니

아이나 신랑이나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맛있게 먹는 듯 했다.




 

많이 먹는다 싶더니

그날 새벽 딸내미가 토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과식으로 인한 급체인듯.

(에혀 평소에 못 먹인 티가)

오늘 아침까지 속이 울렁 거린다며 고생했다.


문제는 주말 시댁, 친정 투어를 하면서 어르신들이 애가 왜 이 모양이 됐는지 물어보면서이다.


"너 머 먹고 체했어?"


"치킨, 나 많이 먹었어"


"치킨? 애한테 무슨 치킨을 그렇게..."


괜히 배달 음식 시켜먹인 걸로 오해할까

자꾸 설명하게 되었다.


"아니여. 하하하.(진땀)

집에서 튀겨준 치킨이었는데

워낙 맛있었나 많이 먹더라구요.

집에서 깨끗하게 튀겨준건데...

주저리...

주저리..."


여튼 애가 아프면 엄마가 죄인이다.


그리고 가끔 특별식 좀 해줘야 겠다.

애들이 치킨먹는 거 보니까

어디가서 그렇게 먹을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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