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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ul 08. 2016

청순 오프숄더 블라우스?

2016.7.7.


 인터넷 화면 한편의 옷 광고들



아이들 재우고 맥주 한잔 마시는 게 요즘 사는 낙.

시원하다 못해 목이 따끔한 첫 목 넘김과 동시에 컴퓨터 전원을 누른다.

인터넷 클릭, 오른쪽 한 구석의 옷 광고들이 보인다.


'어머 이건 꼭 사야 돼!'


'두근두근 여름, 주목받는 패션'


'아름답고 더 로맨틱하게'


휴가철이라 그런지 비키니 광고도 많다. 

다들 몸매도 어쩜 그리 얇고 

나올 때는 어찌 그렇게 탱탱하게 나왔는지

요즘 젊은 애들은 대체 뭘 먹길래...




요즘 유행하는 옷 스타일,

오프숄더 블라우스


   

그래 이거 요즘 자주 보이더라.

'청순 오프숄더 블라우스'

클릭.


안경을 바짝 위로 올려가며 모델 피팅 샷 수십 장을 꼼꼼히 봤지만,

도무지 '청순'이란 말은 옷의 어느 포인트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굳이 찾자면 풍성하고 주름이 많이 잡힌 소매와 카라가 아주 미약하게 청순하다.     



'유행에 쳐졌다'는 말도 왠지 쓰기 민망한 아줌마로서

이 오프숄더 블라우스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은,


알프스의 하이디가  

짙고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넓은 초원에서 

오늘도 젖소의 젖을 짜다 불현듯 생각에 잠긴다.

위가 뾰족한 하얀 천 모자를 갑자기 집어던지곤,

'이제 이런 시골 생활은 지겨워. 내 삶을 찾아 떠날 거야!"

하고 짐을 싸서 도시로 상경한다. 

친구도 새로 사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하이디.   

도시에서는 섹시함이 대세임을 재빨리 캐치하고,

자기가 입던 옷을 과감하게 잘라내어 리폼한다. 


그렇게 탄생한 옷이 바로 

'청순 오프숄더 블라우스' 

두둥!


(안다. 나도... 너무 멀리 갔다)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이솝우화가 생각난다.

손 닿지 않는 곳에 달린 포도를 보며 저건 '아주 맛없는 신 포도' 일거라고 

입맛만 다시는 '여우 아줌마'가 된 기분이다


쩝쩝,

그러고 보니 'MAX'가 원래 이렇게 씁쓸한 맛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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