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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Apr 27. 2016

라테 효과 VS 나비효과

2016. 4.27

                                                                           

라테 효과


친정엄마가 놀러 와서 같이 커피숍에 갔다. (수다에는 자고로 커피와 밀가루이지요. 암요)

지난 주말에 아빠가 설거지통 좀 사라고 잔소리를 했다고 한다. 엄마는 나이가 들수록 아빠의 주방 참견을 점점 참기 힘들다며 불평을 하셨다. 나는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 티격태격 좀 하지 말고 잘 살으라는 덕담을 건네며 커피를 후루룩 마셨고, 엄마는 귓등으로도 안 들으셨다. 


대화가 무르익어가면서 엄마는 나에게 요즘 빚은 얼마나 갚았냐는 질문을 슬그머니 하셨다. (남편 사업 초기 자금으로 빚이 좀 있다) 돈을 모으는 것보다 쓰는 데 관심이 많은 나로선 이런 질문에 찔릴 수밖에 없다. 나는 빚을 지니고 사는 사람의 기본자세가 안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돈을 꾸어 썼으면 근검절약해서 차곡차곡 갚아나가는 것이 정석일 텐데. 나는 어찌 된 게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무뎌진 것 같다. 지금이라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되나 싶고, 이렇게 살다 말년에 고생할까 걱정도 된다. 

청승맞게 궁상떨며 사는 사람이 알고 보니 알부자라는 이야기는 참 흔한 부자들의 미담이다. 그래서 나도 꼭 필요한 것만 갖춰서 살아보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생각해보니 매일 사 먹는 커피 값도 만만치 않다. ' 라테 효과'라는 말이 있다. 하루 4천 원의 커피값을 절약할 경우에 시간이 흘러 기대 이상의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매일 5천 원의 커피값을 절약해서 한 달에 15만 원의 모으게 된다면 30년 동안 5400만 원의 목돈이 생기게 된다. 재테크로 하면 매일 새는 돈을 막아야 한다고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차라리 그 돈으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홈 카페를 꾸며보는 것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괜찮겠다 싶었다.



나비효과


'일리 캡슐은 이제 좀 지겨워. 어차피 먹는 거라면 블랜딩 해서 마시는 것도 재밌겠다. 내 취향도 찾을 겸.'

'만약에 이번에 산다면 반자동 기계로 살까 아니면 수동?'

'나는 라테를 좋아하니까 스팀 기능은 꼭 돼야 되는데...'

'지금 쓰는 머신은 스팀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어 영 찝찝해. 이번엔 스텐으로 되어있는 걸로 꼭 사야지.'


내가 원하는 반자동 커피 머신은 ASUKA라는 스위스 브랜드와 필립스와 합병한 SEOCO커피 머신이다. 그런데 이 기계의 가격은 무려 200만 원을 호가한다. 처음엔 목돈이 들지만 원두를 직접 사서 만들어 먹으면 제 값을 할 것 같다. 원두의 세계도 정말 무궁무진했다. 내 취향을 고르려면 종류별로 사서 원두를 블랜딩을 해야 된다. 그러면 일단 원두를 여러 개 사야지 싶다.

 

'나비효과'가 생각난다.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매일 5천 원의 커피값을 절약하기 위해 홈카페에 투자한 각종 커피 머신과 원두값이 30년 동안 5400만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최 나는 돈 모으기는 글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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