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25.
집을 자꾸 치우게 된다.
이번 주 유치원, 어린이집 방학이라 일 못 나갔다.
마트랑 커피숍에 잠깐 갔다 오고 에어컨 틀고 집에만 있었다.
저번 주 거실 가구 구조를 약간 바꾸고는 탄력 받아서 집을 자꾸 치우게 된다.
너저분했던 거실이 갑자기 텅 빈 듯 깔끔해지자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욕심에
평소에 안 하던 깔끔을 계속 떨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바람처럼 지나갈 것임을 알고 있다)
점심 먹고 부엌살림을 식탁에 늘어놓고 정리하고 있었다.
애들이 크레파스와 카드를 바닥에 그냥 두고 놀고 있길래 한마디 했다.
"크레파스 바닥에 굴러다니면 마루 지저분해져. 빨리 정리해!"
"카드 넣는 서랍 만들어 줬잖아. 다 거기에 집어넣어"
내 말을 들었는지 어쨌는지 아이들은 하던 놀이를 계속했다.
부엌은 부엌대로 엉망이었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치웠다고
나는 냉큼 거실 바닥을 치우며 투덜거렸다.
"엄마 지금 부엌 정리하고 있는 거 알면서. 정말 너무하네. 정리 정돈도 안 하고... (투덜투덜)"
엄마, 나 못 놀겠어.
몇 분이 지났을까 아들이 식탁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심심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뭐해?"
"못 놀겠어요. 자꾸 어지르게 되니까."
"뭐? 언제부터 그랬다고..."
내심 내가 너무 했나 싶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약간 지저분한 게 좋다고 하던데.., 안 그러던 엄마가 갑자기 쓸고 닦고 하니까 애들도 지치나 보구나. 애들이 놀면서 좀 늘어놓고 하는 거지 뭘. 갑자기 아차 싶었다.
"현아. 그런 거 상관하지 말고 놀아. 다 놀고 치우면 되지"
"아냐... 엄마를 자꾸 힘들게 할 수는 없잖아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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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대화를 언뜻 읽고
녀석이 엄마 걱정하는 마음이
기특하다고 생각했다면 다시 생각해보시길.
아들은 '자기가 어지른 것 = 엄마가 치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오.... 무릎, 허리야)
나 결혼하기 직전까지
집에서 엄마가 나한테 했던 말이 들린다.
"야 이 지지배야.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