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나무
들국 앉은 모습이 설핏 종지부 같다.
들국 가느다란 모가지 너머 저
빈 들 먼 끝머리
은빛 기차 한 가닥 천천히 가고 있다.
생각하면 엊그제
개나리 목련 피었다 서둘러 지고
라일락 진달래 아카시아 패랭이 분꽃 다알리아 명아주꽃 장미
나팔꽃이 또 줄지어 겨우겨우 따라왔다.
짧고 아름다웠던 보폭이여
어릴 적엔 그렇게 징검다리를 건넜다.
아이들의 어린 동생들도 다 빠지지 않고 건너면
오, 꽃 자욱한 메밀밭
희고 자잘한 기쁨이 가슴에 들에 많았다.
그렇게 봄 가고 여름 간 것일까.
생각하면 엊그제
더 많이 어둠고 소란스러웠던 날들은
발목을 풀고 떠난 물소리 같은 것.
어느 날은 문득 뒤가 비어 있고
죄 없고 눈물 없는 것들만이 뼈처럼 이어져
이 큰 둘레의 가을을 건너가고 있다.
들국 앉은 모습이 설핏 종지부 같다.
「가을 기차」
문인수詩集『뼈 』(문학과지성, 1992)
나는 모르겠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 내가 왜 이렇게 슬픈지 / 오래된 시간에서 흘러온 이야기가 / 내 생각에서 나가지 않네 1)
하지만, 너는 나에게로 오는 길을 찾겠지 - ? / 보렴 내가 끝낼 시간이 온다 / 숲에는 꿈의 짐승들로 가득하다. /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나는 여기의 사람이 아니다 - / 나는 모든 것을 주리라 / 네가 나를 찾을 수만 있다면 2)
버려졌지만, 외롭지는 않았고 / 흔들렸지만, 짓이겨지는 않았다오 / 아직 성스러운 빛이 / 나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동안에는 3)
오라, 우리 대화를 나누자 / 말하는 자는 죽지 않는다 4)
1)「 로렐라이」 하인리히 하이
2) 「나는 시끄러운 그늘 밑으로 간다」 알렉산더 사버 그베르더
3) 「안녕 」 아네테 폰 드로스테휠스호프
4) 「오라 」 고트프리트 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