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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an 27. 2023

일본 여행 2일 차(1)_작은 교토, 다카야마의 아침

기후 현 다카야마에서 시작되는 여정의 서막

다카야마노히 버스센터 매표소는 오전 6시 15분부터 운영한다. 거짓말처럼 아침 6시쯤 딱 깼다. 대충 준비하고 바로 가서 물어보니 시라카와고 가는 비예약 버스 시간을 알려 주셨다. 친절하게 형관펜으로 종이에 표시까지 해 주셔 감사했다. 덕분에 조금 더 안도했다.

동이 채 트지 않은 새벽 거리를 거닐었다. 한겨울인데 눈이 아닌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신기했다.

아직 행인은 드물고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의 거리는 숨소리를 들려준다. 조금씩 날이 밝아지고 조명이 하나씩 꺼지며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면 여러 생명의 호흡이 그 자리를 채운다. 나그네로서 타향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걸음에는 여유와 풍요가 깃든다.

고산이란 한자어를 가진 다카야마를 가로지르는 미야가와 강은 도시의 젖줄이다. 빗물로 더 세차게 흐르는 강줄기를 보며 많은 생을 먹여 살린 생명력을 엿본다.

강변에는 미야가와 아침시장이 열린다. 내가 찾았을 때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었다.

걷다 보면 마네키네코라는 이름을 지닌 귀여운 고양이 상이 거리를 밝힌다. 왼손을 들고 있으면 손님을, 오른손을 들고 있으면 돈을 부른다는 의미를 지녔다는데 이 거리에 돈을 부르고 있나 보다. 

다카야마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잘 보존된 목조 건물들이다. 옛 모습은 잘 간직하고 있어 '작은 교토'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후루이 마치나미 거리는 전통 건물 보존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곳곳에서 에도 시대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다카야마 진야도 역시 에도 시대 때 지어진 건축물이다. 한때 관청으로 쓰였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직 닫혀 있었다. 앞마당에서 진야마에 아침시장이 열리는데 그 또한 아직 준비 중이었다. 박수영 당신은 도대체...

거의 1시간 정도 걷다가 몸에 한기가 돌 때쯤 1951년부터 영업했다는 커피 돈에 들어섰다. 작은 카페에 주인 할아버지와 나만 있는 가운데 오직 일본어 라디오만이 정적을 깼다. 그게 조금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평화로웠다. 아침 세트를 시켜 삶은 달걀, 오렌지 주스부터 버터 토스트, 따뜻한 커피까지 맛있게 먹었다. 평소에 누리지 못하는 여유를 즐기며 천천히 음미하니 영혼에 온기를 더하는 느낌이었다. 눅진하게 고소했던 빵과 부드럽고 진한 블랙커피가 따스운 추억으로 남았다. 

숙소로 돌아와 잠깐 쉬다 문득 '에어 컨디션'이 난방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냉방만 되는 '에어컨'이 익숙해 생각조차 못했다. 어젯밤에 은근히 추웠는데 조금 억울하지만 이르게 알아차려 다행이다 싶다. 녹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새로운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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