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들과의 대전 집들이에는 감동이 있다
재미가 범람했던 유잼도시 대전에서의 하루
어머니가 충청도에서 자라셨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에 어머니의 본가가 터를 서울로 옮기셨기에 충청도는 내게 그리 익숙한 고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가까운 이들이 충청 지방에서 공부를 하거나, 직장을 잡아 요 몇 년 특히 자주 가게 됐다. 베프와 죽마고우 커플이 대전에 새롭게 신혼집을 꾸리고 집들이에 초대했다. 맹렬한 매미 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친구들과 만날 생각에 설렜는지 새벽에 깼다. 뜬금없지만 긴 세월을 견딘 모든 매미들의 울음이 사랑에 닿길 마음을 담아 응원한다...* 이른 시간, 익숙한 장소에서 친구를 픽업해 출발했다. 이전에 같은 길에서 심한 교통 체증을 몇 번 겪어 가벼운 PTSD가 있었는데 휴가철이라 그런지 일요일 아침 대전으로 향하는 길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달리다 보니 오히려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할 것 같아 중간에 국도로 빠지는 여유까지 부렸다. 덕분에 함께 간 벗과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친구의 고상한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할 수 있었다. 금방 퍼플 아레나라는 별칭이 있는 대전월드컵경기장과 카이스트 등을 마주하며 대전에 이르렀음을 실감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주차장에서 노래 몇 곡을 더 들은 뒤 약속 시간에 맞춰 친구 부부의 새 보금자리에 들어섰다. 그렇게 먼 길도 아니건만 멀리 왔다며 정성스레 차린 상이 은근 감동적이었다. 둘 다 워낙 어려서부터 본 오랜 친구라 이 둘이 부부라는 게 아직도 드문드문 신기하면서도 괜히 흐뭇하다. 언젠가 나도 제때에 좋은 사람과 서로 알아본다면 참 좋겠다. 마침 다음날이 집들이 호스트 중 한 명의 생일이라 집들이 겸 생일 파티를 했다. 함께 방문한 친구와 미리 사 둔 집들이 선물을 전하고, 내가 준비한 생일 선물과 어머니가 주신 집들이 선물까지 전달했다. 우리 우정의 가치를 알아보고 의미를 더해주신 어머니의 넉넉한 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맛있는 식사 뒤 논알코올 맥주, 커피 등 여러 음료에 그보다 맛깔나는 대화를 곁들여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센스쟁이 친구가 달무티를 가져와 정말 재미나게 즐겼다. 특히 마지막 두 판을 내가 내리 이겨 더 즐거웠다. 할리갈리도 잠시 즐겼지만 달무티의 여흥이 워낙 강해 금방 마쳤다. 진심을 담아 방명록을 쓰며 값진 집들이가 자연스럽게 갈무리되었다.
The 달무티, 그게 나다저녁을 먹기 위해 나오니 날씨가 무척 덥고 하늘이 눈에 띄게 아름답다. 왠지 동남아에서 자주 보던 풍경이 떠오른다. 여러모로 아열대 혹은 열대지방 같은 한반도의 요즈음 여름이다. 여름이었다.
지구야 미안해저녁 식사 뒤엔 대전 성지 순례의 일환(?)으로 성심당 DCC점 임시 매장에 갔다. 대전은 안유진, 엑스포 그리고 성심당의 도시니까(?). 성심당은 맛도 맛이지만 가격도 은근 저렴한 편이다. 만족스러운 쇼핑 뒤, 엑스포과학공원 주차장을 차로 돌며 짧은 드라이브를 즐기고 친구 부부를 집에 내려줬다. 어느덧 턱 끝까지 차오른 월요일을 뒤늦게 실감하며 고속도로로 도망치듯 내달렸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오히려 올 때보다 차가 많았다. 마지막 동행을 집에 내려주고 귀가하니 그야말로 파김치가 됐다. 그래도 항상 편하고 즐거우며 만남이 기다려지는 오래된 친구들 덕에 참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마음 같지 않은 인생일지언정 많이 과분한 삶이라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