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그곳으로 쏴버렸다.
탈출하듯 튀어나온 내가 간 곳은 가장 좋아하는 곳, 오키나와였다.
한참을 굶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순간처럼 만들기 위해, 떠나기 직전 일부러 더 타이트한 일정을 짰다. 퇴사를 하고, 이후 1주일간 숨 쉴 틈도 없이 움직여 모든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고, '드디어!'를 외치며 홀가분하게 떠나왔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가구는 중고 거래로 전부 팔고, 몇몇 짐들은 친구의 창고에 맡겨놓았다. 그렇게 한국에는 집도 절도 없는 채로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치 이민을 가듯, 미친 홀가분함이었다.
나는 오키나와를 너무나 좋아했다. 이전에 3번 정도 여행을 왔었는데, 언젠가 꼭 한 달 살기를 오겠다! 다짐해 놓았기에 첫 번째 행선지는 무조건 오키나와였다.
'자전거를 사서 한 달을 쓰다가 팔고 떠나자'. 이렇게 멋진 계획을 세웠으나, 관광객의 자전거 등록이 참 애매했고 명확한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냥 자전거를 포기했고,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많이 걸어 다닌 한 달이 되었다.
집을 나서 한없이 걸어도 행복했던 이유는 오키나와의 바다였다. 이 바다를 보고 있으면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나를 오키나와로 자꾸 이끌어준 이 물빛은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행복버튼이었다. 해가 쨍한 날이면 그림 속에 있는 것 같은 풍경이 종일 펼쳐진다. 몇 시간을 바다를 보며 걷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기에 늘 바다 옆을 걸었고, 바다 하나로 지치지도 않고 좋아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면 이 한 달을 정말 잘 보냈다 싶어 뿌듯하다.
풍경 역시 취향의 문제이기에, 누군가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 이 바다가 나는 그렇게도 좋았다는 사실 역시 운이 좋다 생각한다. 덕질이 가능한 것은 행복한 것이라 하지 않나. 나는 오키나와의 바다를 진심으로, 순수하게 좋아했다.
드디어 맞이한 오키나와의 도보와 버스 생활은, 처음에는 웨이팅 지옥 그 자체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을 기계처럼 바쁘게 살던 내가 갑자기 맞이한 ‘slow life’는 점차 새로운 자극이 되었고, 나중에는 한없이 버스를 기다려는 지루함마저 즐길 수 있었다. 내가 언제 지루해 봤던가, 하며. 그 버스정류장에 머문 시간들도 돌아보면 소중한 장면이다. 성격이 조금만 더 급했다면 너무 답답했던 시간으로 기억되었을 것이기에, 어찌 적응을 한 것이 정말 다행이지 싶다. 8개월 장기 여행의 시작은 꽤나 럭키했다.
교통카드 ‘Okica’의 잔액이 부족할 때는, '충전해 줄까요?' 묻는 버스 기사님의 질문이 반가웠다. 'charge 구다사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와 함께 현금을 드리면 충전해 주신다. 버스가 참 그립다. 혹시 충전된 금액이 기억이 나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릴 때 잔액이 모자라도 충전하면서 정산된다.
오키나와에 약 한 달을 머물렀다. 그렇게 좋아해 왔던 오키나와 바닷가에 잠시 살며, 내 꿈은 '한 달 살기'에서 '집 사기'로 커졌다. 막연히 꿈꾸던 한 달 살기를 결국 이루었으니, 언젠가는 여기 집을 사서 살아갈 날도 오겠지.
지금까지 오키나와 한 달 생활의 전체적인 소회였다면, 이제 조금 더 시간과 장소를 쪼개어 오키나와에서 한 달간 나의 자취를 따라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