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우리의 꿈은 거대하다. 공룡이 되겠다는 다소 엉뚱한 친구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는 친구까지. 누구나 큰 꿈을 꾸기 마련이고 각자의 로망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엔 현실과 타협하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간다.
부푼 꿈을 안고 들어온 대학은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바이러스에 가로막혔다. 백신과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에 모두가 고군분투하는데, 철없는 신입생의 투덜거림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고 그저 미래를 기약하면서 입대를 신청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이년 만에 돌아온 대학은 활력을 되찾았고,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수업을 같이 들으며 친해진 친구들과 어울리고, 별을 보는 동아리에도 들어갔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지금의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거기까지였다.
그저 왔다가 갔다가 반복 운동하는 시계추처럼 일상이 흘러갔다. 정해진 시간에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매일 학교에 와서 TA 조교일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웃고 떠들다가 수업을 듣고, 가끔 술자리에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는. 만족스럽지만 어딘가 빈 것만 같고 행복하면서도 공허했다.
공대를 다니는 나의 수업 커리큘럼은 이미 교수님들이 4학년까지 촘촘하고 탄탄하게 잘 짜놓아서 이대로 가면 평탄하게 졸업하고 어딘가에 취직해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김광석의 노래 "일어나"를 듣다가 한 구절에서 뜨끔하게 되었다. 내 인생을 내가 설계하여 나아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여러 부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시계추'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라는 시계를 이루기 위해 내가 알맞은 시계추가 되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터이다. 인정하고 나아가면 그저 무난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낮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이렇게 해도 나의 미래가 괜찮을까?"하는 어러가지 걱정들. 지금 있는 곳이 주는 편안함까지. 고민이 정말 많았다.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