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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협 Oct 15. 2023

1. "해당 언어 자기소개서"

를 독일어로 쓰는 미친놈이 어디있냐고 (파견준비 1편)

각 대학은 결연을 맺은 해외 대학에 소속 학생을 파견교환학생 자격으로 보낸다. 다만 파견 대학의 사정에 따라 파견 가능여부는 달라지므로 매 학기 T/O와 대학 리스트의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코로나가 강타했던 나의 1학년, 공학으로 유명한 독일에 로망이 있어 독일어를 잠깐 했었다. 몇 달 배우지 않았지만, 포기하기엔 살짝 아깝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외국에 나가보지 못한 나에게 국경을 아무렇지 않게 넘을 수 있는 유럽 지역은 상당히 매력 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독일어를 1년 정도 더 배우고 나니 교환학생 신청 기간이 돌아왔다.


안일하게 "토익 스피킹 정도만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지라 공지사항에 뜬 어학 요구 조건이 1차 위기였다. 토익만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매우 한정적인 것이다. 이미 2년이 지나 만료된 토익 Reading and Writing 성적표와 어처구니없는 Speaking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 또한 거의 없었다.


Tipp

※ 파견 교환학생 신청 일자와 전형은 대학마다 상이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각 대학에 문의하시거나 공지사항 등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과거에는 토익 성적만으로도 갈 수 있는 대학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토플(TOEFL) 혹은 아이엘츠(IELTS) 성적을 요구하고 우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 신청을 준비 중이시라면 과거 모집 공고 등을 참고하여 파견 희망대학의 어학 요구 수준을 파악하고, 미리 준비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


글쎄 하늘이 무너저도 쏟아날 구멍은 있었다. 독일 대학 중 어학 전형으로 지원하면 영어 등 공인 어학성적을 요구하지 않는 대학이 있었고, 비록 정규과정은 아니지만, 전공을 살려서 갈 수 있는 과정에서 요구하는 독일어 B1 자격증은 하늘이 도와줘도 당장 따지 못하며, 어차피 해당 대학에 내가 배우는 전공과 맞는 과 또한 없는지라 해당 대학을 1순위로 하여 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일단 국문 자기소개서는 "독일은 자동차를 비롯한 공학 강국 어쩌고~ 그래서 견문을 넓히고...." 여러 장식을 붙이며 술술 써 내려갔다. 문제는 해당 언어 자기소개서에서 터져버렸는데, 진짜 잘 쳐줘봤자 독일 초등학생 수준의 독일어를 할 줄 알면서 무슨 자신감이 붙어버린 건지 영어가 아닌 독일어로 쓰자고 마음을 먹어버린 것이다.



해당 언어 자기소개서

아차차...

그렇게 바쁘다는 핑계로 네 줄 정도 써놓은 뒤 마감 기한 전 마지막 주말이 다가왔다. 향기로운 커피를 뽑아서 내가 생각한 문장을 독일어로 순조롭게.... 는 무슨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독일어의 문법 체계는 정말 복잡하다. 수능 때 과감하게(?) 국어 문법조차 버린 나였고 (일명 선택과 집중 작전. 물론 대차게 말아먹었다), 오늘은 작문 과제 틀렸을 때 친절하게 고쳐주는 원어민 선생님 또한 없이 나 혼자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다. 그동안 뭘 배웠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며 A1 ~ B1 교재를 모두 가져왔고, 인터넷 브라우저에는 독-독사전과 한-사전을 셀 수 없이 띄우며 써 내려갔다.


이때라도 영어로 바꿀걸 그랬나....? 일요일의 나에게 나머지를 맡긴 토요일의 나는 그렇게 잠이 들었고, 일요일에는 더욱 머리가 아파왔다. 언젠가 한번 매몰비용의 오류라는 경제학 개념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이미 내가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나도 이미 쓴 부족한 독일어 자소서마저 너무나도 아까웠다. 단단히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셈이다.


그렇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 내려갔고, 이후에 문법 오류를 고쳤다. 문법의 경우 일부 교정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는데, 너무나도 많아 교정하는데 시간을 상당히 들였던 것 같다. 그렇게 고대하던(?) 마지막 인사말까지 끝마치고는 케 세라 세라(Que será, será),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서류제출 버튼을 눌렀다.


이후 지도교수님 추천서 등 서류를 처리하고, 2주를 기다린 끝에 학교 국제팀에서 연락을 받았다. 내가 독일 대학 파견교환예정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어?

예정자...?


Tipp

※ 유럽권 국가의 경우 본인의 전공을 살리고자 할 경우 최소 B1 ~ B2의 해당 언어(혹은 영어) 수준을 증빙하여야 합니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독일권의 경우 CEFR 기준  B1 ~ B2 수준을 많이 요구하는 듯 합니다. (GOETHE-ZERTIFIKAT, TestDaF를 비롯, 자격증 없이 교수 추천 등으로도 가능하다고는 나와있습니다.)


※ 영어로 증빙하시면 아이엘츠는 해당 등급으로 나오니 맞게 맞추시면 되겠으며, 토플 혹은 토익을 준비하신 경우 다니시는 대학 혹은 파견 대학의 환산표 등을 참고하여 어학 성적을 맞추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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