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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영 Jan 24. 2023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걸 어떡해

  명절 연휴가 지나갔다. 이제 내일이면 일상이다. 설 연휴는 길다. 양가를 모두 돌고도 시간이 남는다. 평소 같으면 아들과 민속촌을 가거나 경복궁을 가서 명절 분위기를 즐겼겠지만, 중학생이 되는 올해는 집에서 휴식했다. 정확히는 밤낮 축구를 해서 어깨 다리에 클럭 마사지를 해댔다. 평소와 다른 명절이다.           




  집에 머문 건 피곤한 이유도 있고 아들도 어디 나가기를 꺼렸다. 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획기적인 장소를 선정하지 못한 탓인가? 어디도 안 가고 연휴를 보내면 아들에게 뭔가 부족한 연휴가 될 것 같아 물었다.   

   

“집에만 있어도 돼? 명절이잖아”

“괜찮아 집에 있어도 좋아.”     


그렇게 아들과 집에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남편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집에 없는 동안 우리는 넷플릭스 영화도 보고 과자도 같이 먹고 그렇게 공간을 함께 했다.      






  내가 아들 나이였을 때 우리 가족은 명절이면 늘 집에 있었다. 어딜 가지도 않고, 누가 오지도 않고 특별하지 않은 명절을 불행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명절 연휴에는 즐거운 일을 만들고 싶었다. 밖에 나가서 즐기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 아들의 기억은 나와 다르길 기대한다. 그래서 명절마다 쉬고 싶다는 남편 없이 아들과 어디든 다녔다. 아들을 위한 건지 내가 즐기고 싶어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행여 집에서 보내는 연휴를 보내는 것이 실망스러울까 봐 다시 물었다. 

“그럼 엄마랑 하고 싶은 거 있어?”

“응, 엄마랑 축구하고 싶어, 이번 설에 집에만 있으니까 낮에도 하고 밤에도 하고 두 번씩 해야 해.” 

“그래, 엄마랑 축구하자”     


친정에 갈 때도 축구공을 가져갔고, 집에 와서도 했다. 엄마 실력이 형편없지만, 엄마랑 하는 축구가 재미있다며 발기술을 알려준다. 지금도 축구를 하고 들어왔다. 영하 15도이지만 같이 뛰었더니 머리가 젖을 정도의 땀이 흐른다. 


“이번 연휴 어땠어?”

“엄마랑 축구해서 재미있었어.”   

  

고맙다. 우린 무언가를 해야만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같이 있어서 행복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 행복의 마음을 나는 왜 지금에야 알았을까? 아들! 네가 엄마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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