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건 좋은데 잠은 자자
꿈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크게 세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꿈 [명사]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예) '어젯밤에 무서운 꿈을 꾸었어.'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예) '나는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있어.'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예) '그건 꿈도 꾸지 마라.'
제목에서 말하는 꿈은 말 그대로 1번에서 의미하는 '잠자는 동안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을 말합니다.
첫째는 분리 수면을 하지 않고 침대에서 저와 아내와 함께 잠을 잡니다. 어릴 때 너무나도 자주 깨었던 탓에 분리 수면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두 돌이 지나 세 돌이 다 될 때까지도 새벽에 깨서 우는 바람에 저희 부부는 잠을 설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요즘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견합니다. 불과 이렇게 새벽에 깨지 않고 잠을 자지 않은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이제 잠을 좀 잘 자나 싶었는데 요즘 들어 자면서 꿈을 꾸나 봅니다.
새벽 세 시 갑작스러운 첫째의 울음에 모두 잠에서 깨었습니다.
훈이; 으앙~ 흐아ㅓ랴외마아ㅣㅇ
나: 훈아 무슨 일이야? 왜 그래?
훈이: (으앙~) 색종이를 왜 안 가지고 오는 거예요. 색종이 가져다주세요.
나: 응? 지금 새벽 세신데?
훈이: 색종이 하고 싶어. (으앙~)
나: 무슨 색종이? 뭘 하고 싶은데?
훈이: 아빠 방에 있는 색종이 (으앙~) 색종이 주세요. 왜 안 주는 거예요. (으앙~)
나:...... 아빠가 왜 안 갖다 줬지? 아빠가 잘못했네?(억울)
얼마 전 색종이를 가지고 찢으면서 놀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꿈으로 꾸었는지 자다가 깨어나선 다짜고짜 색종이를 찾는 겁니다. 꿈속에 있는 아빠는 색종이를 안 가져다줬나 봅니다. (가져다주었으면 잘 잤을 것을...) 결국 부랴부랴 방에서 색종이를 침대에 가져왔습니다. 색종이를 가져오니 울음이 진정이 됩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놀았던 것처럼 색종이를 몇 장 찢으면서 놀았습니다. 다시 웃음을 찾은 첫째는 피곤한지 다시 침대에 눕습니다. 그러곤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다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그렇게 잠을 설쳤습니다. 첫째의 기억에는 새벽에 침대에서 색종이를 가지고 논 것도 꿈의 일부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다음날 아침 혹시나 기억이 나는지 물어봤습니다.
나: 훈아. 너 어제 새벽 3시에 색종이하고 싶다고 울었던 거 기억나?
훈이:?
나: 기억나?
훈이:... 하지 마.
기억이 나는지 안 나는지.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5시, 알람보다 더 확실한 첫째의 울음에 아내와 저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훈이: (으앙~) 계단이었는데 왜 여기 있어?
아내: 응?
훈이: 계단에 있었는데 왜 여기 있어? (으앙~) 다시 가고 싶어~ (으앙~)
나: (어리둥절) 응? (이해하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아내: 훈아, 훈이 꿈꾼 거야. 잠을 자면서 일어난 일을 꿈이라고 하는 거야. 지금 새벽 5시야~.
훈이: 계단 가고 싶어~ (으앙~)
꿈속에서 계단에 있었나 봅니다. 무슨 계단이었는지, 어디였는지는 잘 모릅니다. 계단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다시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거 보면 계단에서 재미있는 걸 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침대로 순간이동을 하다니... 억울할 만도 합니다. 잠이 조금씩 깨었는지 울음이 진정되고 함께 거실로 나왔습니다.
새벽 5시, 그렇게 모두 오늘 하루를 일찍 시작했습니다. 첫째 덕분에요.
그래도 항상 우는 것만은 아닙니다. 가끔은 즐거운 꿈을 꾸는지 자는 중에 깔깔깔 웃다가 다시 잠이 들기도 합니다. 훈이가 행복한 꿈을 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지곤 합니다.
"훈아... 꿈은 크게 가지렴. 너가 어떤 꿈을 꾸든 엄마 아빠는 언제나 응원한단다.
그리고 꿈꾸는 건 좋은데, 엄마 아빠도 꿈나라에 가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