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고 다시 붙고, 단단해지고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가 되기 전과 후는 전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가 되기로 결심하고 계획을 해서 첫째와 둘째를 가졌습니다. 아내도 저도 딩크족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아내와 결혼을 했고, 당연히 아이를 낳아서 길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혼가전을 준비하면서도, 아이는 집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전과 가구들을 구입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아이를 기르는 일이 가치롭고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서로 통했습니다. 아이가 있으면 기르는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 아이를 먼저 낳은 지인들에게 '육아는 정말 힘들어. 그래도 아이들은 예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곤 '그래, 당연히 아이를 기르는 게 힘들지. 그걸 감수하면서도 아이를 낳을 가치가 있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를 기르는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육아를 하며 힘든 일들을 마주하고 나니 나의 민낯을 마주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나의 멘탈이 이렇게 쿠크다스 같은지 몰랐습니다.
육아라는 과정은 내가 견뎌낼 수 있는 한계치를 시험받는 과정이었습니다.
'이것도 견딜 수 있어? 그럼 이것도 한 번 견뎌봐.'
예상치 못한 일들로 당황하게 되는 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피폐해지는 삶에 아내와의 관계도 대면대면해지기도 하고 우울한 마음도 자주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렇게 나의 멘탈은 가루로 부스러지고, 다시 붙고, 다시 부스러지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물론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 후회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거든요. 정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말이 실감 갔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려면 이런 힘든 과정들을 거쳐야만 하니까요.
친구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럼 친구는 “분명히 정말! 힘들다고 말했잖아."며 이야기합니다.
맞는 말인데 억울합니다.
"정말 힘들다고만 했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힘들다고는 안 했잖아."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지, 아이 훈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육아로 지친 나의 마음은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문제점에 부딪히면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아내와 대화를 해가며 해결방법을 찾아갔습니다. 육아서적을 읽거나 정보를 찾아보다 보면, 과거에 내가 했던 경험들이 떠오르며 실수했던 부분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럴 때면 '그때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후회가 되곤 했습니다.
사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부모가 될 수는 없습니다. 완벽한 부모는 없으니까요. 저도 아내도 한 아이의 부모가 된 것이 처음이니 계속 실수하는 중입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는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안다고 변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확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건 아이를 낳고 난 후 아이가 커가면서 저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군대에서 유격이나 행군을 하고 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드는 상태라고나 할까요.
아침잠이 많아 늦잠을 잤던 내가 이젠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 일찍 일어나 아이를 돌보고,
저녁이면 소파에 좀비처럼 누워있던 내가 이젠 밤늦게까지 밝은 기분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요리에 '요'자도 몰랐던 내가 이젠 아이의 밥을 차리기 위해 요리를 하고 있거든요.
이젠 앞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 생겨도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힘들면 또 깨지고 다시 아물겠지만 그렇게 더 단단해져 가겠지요.
나만 생각하던 내가 이젠 한 아이의 아빠로 새로 태어나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