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의 거울이자 우주

부모의 말공부

by 쿠리

산책 중 있었던 일


얼마 전 아파트 산책을 할 때의 일입니다.

더운 날씨였지만 오늘도 아파트 산책을 가고 싶다는 첫째와 산책을 하던 도중이었습니다.

어디선가 큰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화가 많이 나 보이셨습니다.


"엄마 말 안 들을 거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오지 마! 저리 가!"


아이들은 10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쌍둥이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말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 엄마의 말을 듣고 다시 반대편 벤치에 가서 앉았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엄마는 화가 많이 난듯했습니다.

잠깐 나와 눈이 마주친 어머니는 화내는 모습을 보인게 무안했는지

"야휴 고집도 세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 하며 혼잣말을 내뱉으셨습니다.

잠시 뒤 어머니는 벤치에 앉아있는 아이가 안 쓰러워 보였는지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엄마 말 잘 들으라고 했지. 왜 이렇게 고집을 피워. 일로와 봐.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 사줄게."

하며 편의점으로 먼저 갔습니다.

아이는 아직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지 벤치에 계속 앉아있었습니다.

엄마는 편의점 앞에서 다시 아이를 불렀습니다.

"OO아~ 일로와. 아이스크림 하나 먹자."

아이는 마지못해 못 이긴척하며 일어나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편의점으로 아이가 다가오자 어머니는 또다시 속상한 마음을 풀어냅니다.

"밖에서 모기한테 뜯기면서 집에 안 들어오고 싶어? 고집을 왜 그렇게 피우는 거야?"

엄마의 잔소리에도 아이는 엄마에게 카드를 받아 편의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와 마침 동선이 겹쳐 편의점 안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카드로 다 사버리자."




이중메시지


엄마와 아이들의 일을 보면서 마음이 괜히 먹먹해졌습니다. 엄마도 아이도 서로 감정이 풀리지 않고 꼬여가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엄마도 속상해 보이고, 무엇보다 아이가 정말 헷갈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말에는 이중메시지가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중메시지란 진짜의 전하려는 마음과 다르게 또는 반대되게 이야기하는 방법입니다.

아마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이야기한 엄마의 말은 진심이 아니었을 겁니다. 내가 이만큼 속상하다는 걸 아이들에게 표현하고 싶었던 걸 거예요. 아니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겁을 주어서 엄마에게 잘못했다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길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먼저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주려 하지만 또다시 아이들에게 집에 들어오기 싫냐면서 혼내지요. 아이들은 그런 말들에 익숙한지 울거나 화를 내며 크게 반응하지도 않습니다. 쌍둥이라서 서로 의지하며 견디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카드로 다 사버리자." 이 말에 엄마에 대한 아이들의 분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문제행동의 5단계

아들러는 문제행동의 이면에는 숨겨진 목적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문제행동의 목적을 5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 칭찬요구

2. 주목 끌기

3. 권력투쟁

4. 복수

5. 무능의 증명


1단계 칭찬의 요구는 칭찬을 받기 위해 착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목적은 칭찬을 받는 것이지 칭찬이 없다면 긍정적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칭찬받을 행동을 할 때만 칭찬을 해줄게 아니라 평소에도 아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감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2단계 주목 끌기는 칭찬을 받는 행동을 하는 건 힘드니 주목이라도 끌자라고 생각합니다. 주목 끄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소속감과 존재감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하지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약간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게 느껴집니다.

3단계는 권력투쟁입니다. 싸움을 걸고, 반항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하는 단계입니다. 소극적인 아이는 부모나 선생님의 말을 따르지 않으려 하지요. 이 단계만 되어도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4단계는 복수의 단계입니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에게 복수하고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만 하려고 합니다. 스토킹, 자해 같은 경우도 복수의 단계에서 행해지는 일입니다.

5단계는 무능의 증명단계입니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단계지요. 4~5단계만 되어도 관계를 개선하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상담이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카드로 다 사버리자." 이 말에서 엄마와 권력투쟁에 들어선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정말 카드로 편의접에서 물건들을 많이 사버렸다면 복수단계까지 간 것이겠지요. 이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나면서 권력투쟁의 단계를 넘어 복수의 단계까지 가는 게 아닐까 하며 염려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3단계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중메시지는 금물

이중메시지는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아이들이 헷갈리지 않게 솔직하게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더 좋습니다. 아이들은 이중메시지가 담긴 말에 혼란을 느낍니다. 이중메시지가 반복되면 부모의 말은 신뢰를 잃습니다.

'엄마가 우리를 쫓아내는 줄 알았는데 또 잘해주려 하네.'

신뢰가 떨어지면 부모의 권위가 사라지고, 다시 부모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아이의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에게 부모는 거울이자 우주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더 그렇겠지요. 아이들은 부모와 소통하며 배우고 성장해 갑니다.

부모로서 마음공부와 말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 그렇게 아이도 부모도 함께 성장해 갑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작은 어른이란 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