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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화신

미우나 고우나 우리는 가족

by 쿠리

둘째가 생긴 후 첫째의 질투가 많이 늘었습니다.


동생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이가 느끼는 마음을 직관적으로 비유해서 남편이 바람피운 애인을 집에 데려왔을 때 아내가 느끼는 마음과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만큼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첫째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을 나누어주어야 하는 동생이란 존재는 좋게 보일리가 없습니다.

물론 첫째가 동생을 너무 원해서 동생이 태어나고 애지중지 돌봐주는 이야기도 많이 들리더라고요. 저와 아내도 첫째가 동생을 잘 돌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내심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쉽게 가는 법이 없습니다.


질투의 화신이 강림했습니다.


둘째의 탄생

둘째가 태어났지만 첫째에게 많은 신경이 쓰였습니다. 엄마가 병원에 가서 일주일 동안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첫째가 혹시나 엄마를 찾지는 않을까 걱정해서 병문안도 가고 영상통화도 수시로 하곤 했지요. 아내는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집에 있는 첫째가 마음에 쓰여 일주일 동안 입원해 있어야 했지만 하루 일찍 퇴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둘째가 병원에서 처음 집에 왔을 때 가랜드와 풍선으로 환영파티도 함께 준비하기도 했어요.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것을 계속해서 이야기해 주고 아이가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둘째가 처음 우리 집으로 오는 날 소망이가 오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첫째에게 커다란 선물상자에 포장을 해서 선물 공세도 했습니다. 첫째와 둘째의 첫 만남이 긴장되었지만, 큰 마음의 변화 없이 잘 지내주어서 천만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질투의 화신이 강림하다

하지만 둘째가 조금씩 커가고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둘째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첫째의 질투도 조금씩 늘어갔습니다.

둘째는 첫째가 좋은지 첫째를 졸졸 따라 기어가지만, 첫째는 도망가기 바쁩니다. 둘째가 장난감을 만지고 있으면 첫째는 다른 걸 가지고 놀고 있다가도 홱 뺏어가 버리곤 했습니다. 둘째가 어릴 땐 오빠가 뺏어가도 가만히 멀뚱멀뚱 보고 있었지만 이젠 뺏기지 않으려고 뱅뱅 돌며 안간힘을 씁니다. 소리를 빽 지르기도 하고요.

아빠가 둘째를 안고 있으면 자기를 안아달라면서 매달리기도 하고, 둘째를 목욕시키고 있으면 괜히 와서 물에 물건을 던져놓고 도망을 가기도 합니다. 첫째와 둘째가 동시에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매달리고 있으면 누구부터 안아주어야 할지 정말 난감하기만 합니다.

이야기를 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첫째와 둘째를 동시에 보는 건 정말 전쟁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모두 아이일 뿐

첫째가 둘째 머리를 툭 치고 갑니다. 그럴 때면 절대 때리면 안 된다고 수십 번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쉽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속에서 불쑥 솟아나는 질투의 감정을 쉽게 참을 수는 없나 봅니다. 첫째가 둘째에게 심술궂게 하는 행동을 보면 불쑥 화가 나다가도 한 번 더 참으려고 노력합니다.

둘째에 비해 많이 큰 것 같지만 첫째도 아직 아이일 뿐이니까요.

첫째는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 늘어났습니다. 예전에는 엄마 아빠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주었지만, 동생 기저귀를 갈거나 둘째를 돌보고 있으면 기다려야만 하지요. 동생이 없을 땐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이젠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동생과 나누어가져야 하니 자기도 속상할 테니까요.

또 둘째는 둘째 나름대로의 투쟁의 연속입니다. 태어나보니 이미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선점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 자신도 엄마와 아빠의 사랑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둘째도 나름의 생존전략이 있습니다. 둘째는 애교가 많습니다.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웃습니다. 둘째가 애교가 많고 더 적응을 잘한다는 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쟁 같은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장모님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정말 장모님이 둘째를 도맡아 봐주시지 않았더라면 첫째도 둘째에게 모두 미안해하며 아이들을 키웠을 것 같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무한하다지만 몸도 하나고 체력도 한정적이니 말입니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피곤한 날이면 첫째에게도 더 까칠하게 행동하게 되거든요.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마음을 다시 다잡곤 하지만 정말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은 들지가 않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는 가족이야

첫째도 점차 마음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

나: 훈아 우리 가족은 몇 명이야?

훈이: 엄마, 아빠, 훈이 3명

나: 왜 세명이야? 소망이는?

훈이: 소망이는 아니야.


(지금)

나: 훈아 우리 가족은 몇 명이야?

훈이: 엄마, 아빠, 훈이, 소망이 4명이야


(예전)

나: 훈이는 소망이 얼마나 사랑해?

훈이: 영

나: 영은 아무것도 없는 건데? 소망이 안 사랑해?

훈이: 안 사랑해


(지금)

나: 훈이는 소망이 얼마나 사랑해?

훈이: (팔을 크게 벌리면서) 이~~ 만큼


이젠 11개월을 티격태격 살다 보니 정이 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이젠 가족으로 인정하고, 가끔 정말 가끔 예쁘다고 뽀뽀도 해줍니다. 물론 여전히 둘째를 안고 있으면, 자기를 안으라면서 심술을 부리곤 하지만요.


첫째 둘째 모두 정말 사랑하지만, 둘에게 공평하게 사랑을 나눠주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첫째와 둘째 모두 치우침 없이 모두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비록 질투는 나겠지만 나누는 법도 알아야 하니까요.


"훈아, 소망아 서로 우애 깊은 남매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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