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쁜손 Jun 14. 2021

쇠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다.

 

 작년 가을부터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나이 들면 머리카락도 가늘어지고 숱이 적어진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머리 빠지는데 별다른 솔루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형편에 비싼 클리닉이나 시술을 받을 형편이 아니니 샴푸 정도 기능성으로 바꾸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막상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니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지고 머리털은 점점 더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이상하게 자신감도 떨어지고 의기소침해져서 거울을 보기도 외출을 하기도 꺼려졌고 우울감이 밀려왔다.

 어떤 이들은 외모가 뭐 중요하냐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세월의 훈장이라고,  연륜의 증거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나는 여자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되도록이면 곱게, 여성성을 간직하며 늙어가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큰 욕심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희망사항 아닐까...

 혼자 지내니 식사를 대충 해결하는 습관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어 두피 강화에 좋다는 달걀-노른자에 있는 비오틴 성분이 모발을 건강하게 한다고 한다.-을 며칠 전부터 꾸준히 섭취하고 샴푸 브러시를 사서 샴푸 할 때 마사지를 해서 두피의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려 애를 쓰고 나름 신경을 쓰는데 아직 신경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여전히 머리카락은 많이 빠지고 그것을 보는 내 마음이 타들어간다.



 늙는다는 것을 아무리 우아하게 포장해도 서럽고 씁쓸한 일이다. 2,3년 전만 해도 늙는다는 것에 대해 별 의식이 없었는데 올해 오십 대 중반에 들어서고 보니 나도 모르게 나이 듦에 대해 종종 묵상하는 나를 발견한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노화의 과정이 우리의 소원대로 완만하게 기능이 떨이 지면 좋은데... 그런 이상적인 노화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내 나이가 되니 슬슬 외모도,  몸의 기능도 젊었을 때와 다르게 삐걱대기 시작하니 천년만년 청춘일 것 같았던 마음에 균열이 가면서 당황하는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과 몸이 균형을 맞추며 쇠락해 가면 좋으련만 마음은 여전히 청춘의 중심부에 머무는데 몸은 오래된 기계처럼 슬슬 부품을 갈고 재정비해서 남은 후반기의 삶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

 물론 나한테도 젊음이 부담스러웠던 봄과 여름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가을로 접어든 나를 보며 내가 인생의 가을과 겨울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음을 깨달았다. 피상적으로 생각하던 늙는다는 것이 몸에 이곳저곳 뚜렷한 실체로 나타나니 당황했고 최대한 인생의 황혼 녁으로 가는 길을 늦추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그렇다고 오래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사람의 희망이듯 평균수명보다는 독립적으로 스스로 몸을 챙길 수 있는 건강수명까지만 살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바람 한점 불지 않는 후덥지근한 날이다.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흐린 하늘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날이다. 오늘은 오전에 분주하여 오후에 산책길에 나섰다. 매일 명희 씨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서 운동이 부족한 내가 그나마 실천하는 생활습관이다. 사실 운동이라고 보기엔 그저 산책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런 시간들이 있어 생기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감사한 시간이다.

 요즘 스스로에게 정한 규칙이 몇 가지 있다. 건강한 노후생활을 대비하기 위해 몸 관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곤해도 되도록 눕거나 앉지 말기. 서서 활동하는 시간을 늘리고 수시로 스트레칭과 맨손체조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 아침 식사는 꼭 할 것. 저녁은 6시 이전까지 식사를 끝내며 세끼 식사 외에 먹고 싶은 간식이나 군것질 생각이나도 먹지 않는다. 야식이나 군것질은 안 하는 평소 습관이 있어 지키기 어렵지 않은데 끼니를 좋아하는 빵으로 때울 때가 있어 균형 잡힌 식사가 어려웠던 문제가 있어 식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시급했다. 통밀로 만든 토스트로 아침을 대신하기로 하고 몇 주째 실천 중이다. 토스트에 토마토,  달걀프라이를 곁들이면 그런대로 제법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가족이라고 달랑 아들 하나 있는데, 엄마가 골골거려 아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 내가 조금 부지런해져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게 당연하다. 나 자신만을 생각하면 연약할 수 있지만 자식을 위한다고 생각하면 못 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할머니가 되어도 곱고 정정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 지금 나의 소원이고 그 길로 가기 위해 막 한걸음을 떼었다.



 지금 생각하면 3,40대를 나는 육체적으로도 최악의 컨디션으로 보냈다.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는 두통에 근육통, 만성피로감을 달고 살았고 40대 초에는 암 진단까지 받았다. 어쩌면 그 시간이후로 내게 주어진 삶은 덤인 감사한 삶이다. 그런데도 나는 무기력하게 오랜 세월을 우울증으로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삶은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 잃어 본 내게 지금의 도약을 위한 노력과 실천은 작지만 소중하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며- 더불어 마음까지 넉넉하게 가꾸고 품어 -그동안 사랑을 받았던 삶에서 사랑을 베풀고 나눠주는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서고 싶다. 이것이 나의 바람이며 스스로와의 약속이다.


 시들어가고 쇠락하는 것에도 분명 날개는 있다. 보이지 않지만 그 날개는 내가 그것을 믿고 날갯짓하기 시작할 때 점점 그 날개는 힘차게 창공을 날아갈 힘을 얻는다. 오늘도 조금씩 차오르는 깃털이 내 양팔을 간지럽힌다. 눈을 감고 푸른 창공으로 비상하는 꿈을 꾼다.



 

 

 

 

 

작가의 이전글 화성에서 온 아들과 금성에서 온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