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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Aug 01. 2021

내겐 너~무 어려운 당신.

밀린 브런치 북 만들기

 작년 늦가을부터 지금까지 발행한 작품이 118편인데, 브런치 북으로 묶은 글은 달랑 19화짜리 하나이다. 천성적인 게으름도 있지만 이상하게 쓰면 쓸수록 내 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져야 하는데 내 경우는 반대이다. 쓸수록 부족한 내 새끼 같은 글 때문에 작품 한 권 겨우 해놓고 뭉기적거리다 보니 데뷔한 지 8개월이 흘렀다. 미뤄뒀던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브런치 북을 만들려 하니 어떻게 기획해야 할지 막막하다. 우선 지금까지 쓴 글 중 24편을 나름 추리고 두 권의 브런치 북으로 편집하려는데, 제일 중요한 제목이 안 떠오른다. 

 

 숙고 끝에 무난한 제목으로 골라 한 권은 봄에 쓴 이야기를 10화로 목차를 구성해보고, 다른 한 권은 최근 두, 세 달 동안 작성한 글 중에 14편을 골라 보았다. 어젯밤 '쌓여 있는 글을 정리해야지.'하고 막연히 생각할 때는 엄두가 안 났었는데 그래도 작품의 목차 정도는 뽑아 놓았으니 시작이 반이라고   마음이 훨씬 가볍다.

 


 

 사실 나는 브런치 북에 회의적이고 의욕상실인 상태이다. 작가 데뷔 3개월쯤 하나 겨우겨우 만들었는데, 그 결과가 정말 참담하다. 독자들이 영 관심이 없는지 브런치팀이 알려주는 통계 자료는 냉정하다 못해 가혹한 결과로 끝났다. 인생이 예측하고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면서도 늦게 글쓰기를 시작한 만큼 빨리 성과를 내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글이 쓸수록 필력도,  자신감도 좋아져야 하는데, 거꾸로 쓰면 쓸수록 내 예쁜 새끼들이 왜 이리도 못나 보이는지... 지난 발행 글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브런치에서 주최하는 각종 공모는 내게는 가당치 않은 것으로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최소 향후 몇 년은 수련기간으로 정진할 때라고 내 마음에 못을 박았다.  그러니 글만 부지런히 쌓아 놓고 브런치 북 발행을 미뤘던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단지 목표가 조금 수정되었을 뿐이다. 난 지금까지 무엇을 꾸준히 해본 게 없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사실이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다는 것은 가슴 떨리는 황홀한 꿈이지만 그 꿈에 앞서 글쓰기를 쉼 없이 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더군다나 브런치라는 공간이 있어 내 글이 사장되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연말 브런치 북 대상자들 대상으로 종이책을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후일 다시 공고한다는 브런치팀의 알림이 떴다. 솔직히 싱숭생숭하다. 기라성 같은 선배, 후배님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마음속으로 '너는 안돼. '하고 못 박고 보니 마음속에 작은 목소리가 내게 말을 한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네게 약속해 놓고 너 실망하기 싫어 도망가는 거지? 비겁한 겁쟁이! 적어도 도전은 아니, 아니 참가는 해야지... " 하고 두 마음이 엎치락뒤치락 밤새 씨름을 하다 보니 날이 밝았다.


 주로 브런치 북에 올릴 글은 휴대폰으로 쓰고 편집한다. 독수리 타법이라 느리기도 하고 노트북이 좀 무거운 편이라 들고 다니기도 거추장스러워 편한 대로 휴대폰을 애용하는데, 북은 컴으로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 먼지가 뽀얗게 앉은 노트북의 뚜껑을 열었다. 첫 권은 50편 중에 19편을 추렸었고  이제 남은 70편에서는 24편을 추려 깔끔하게 두 권으로 만들 요량으로 전원을 켰다.

 별 기대 없이 쌓인 글들을 정리하는 차원으로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제목부터 꼬이기 시작하니 기분은 썩  좋지 않다. 그래도 이왕 하는 거 맛깔나게 하고 싶은데 책 소개 멘트도 오락가락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채워 놓았다. 1인 기획자가 되어 내 책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 생각한 것 이상 힘들었다. 거기다 타자 속도도 느리니 세월아, 네월아 노래를 부르다 겨우 한 권을 완성하고 나머지 책의 초안을 잡으려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네. 없어 "구시렁거리다 큰 대자로 누웠다. "작가들은 글만 열심히 집중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지~ 자기 책의 기획의도, 방향 정도는 꿰뚫고 있어야 작가로서 당연한 거지~~" 중얼 대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요란하게 울려대는 배꼽시계에 눈을 떴다. 어둑어둑한 방안이 반쯤 어둠에 잠겨있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집어 시간을 보니 저녁 8 시가 좀 넘었다. 10시쯤 아들 녀석과 마루가 오기로 한 사실이 생각나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우고 매의 눈으로 집안을 살핀다. 마루 고 장난꾸러기가 물어뜯을만한 물건들을 치우고 허겁지겁 서서 밥을 먹으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아무래도 나머지 브런치 북은 내일로 미뤄야겠다. 아무렴 첫 권보다는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가 낫겠지. 내일은 아무리 마루가 놀아달라고 끙끙대도 도전하고 말 테다. 아~제목은 뭘로 정하지? 책 소개글은? 암튼 브런치 북은 내게 너~무 어려운 당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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