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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Aug 11. 2021

다시 혼자가 되다.

외로움에 대한 단상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이 주섬주섬 캐리어에 짐을 챙긴다. 1주일간의 동거를 마치고 아들이 이제-아들의 집으로-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서운하고 쓸쓸한 마음이 고개를 들지만 혹 아들에게 들킬까 봐 아쉬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짐 싸는 것을 거든다. 일주일 동안 아들이 공사 현장에서 고단한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와 지쳐 쉬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니 더더욱  보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저 고단한 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해주고 묵묵히 옆에서 위로해주는 것만으로도 아들이 조금이라도 쉴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아들을 꼭 끌어안고 잘 가라고, 건강 챙기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멀어져 가는 아들을 바라본다. 배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들이 머물고 간 흔적을 정리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이 그 틈을 비집고 울컥 올라온다. 가만히 내 안의 나를 바라보며 외로움, 슬픔까지도 존재의 일부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밤새 두, 세 차례 깼다 잠들기를 반복하다 보니 동이 텄다. 어제는 가고 오늘이라는 새 날이 왔다. 밝은 햇살과 한결 시원해진 오전에 부는 바람이 이제 곧 가을이 올 것임을 알려준다. 부는 바람 끝에 가을의 향기가 묻어 난다.


 

 아침으로 토스트 한쪽과 우유 한잔을 마시고 서둘러 명희 씨 카페로 향한다. 꿈꾸다로 가는 길. 기분 좋은 대기의 냄새가 코 끝을 스치고 활짝 핀 분홍빛 백일홍이 내게 인사를 한다.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내 뺨을 어루만진다. 어제의 어두운 마음이 힘을 잃고 햇살을 닮은 삶의 희망과 용기가 다시 나를 채운다.


  풍경소리를 울리며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왠지 내게 그냥 멈춤, 쉼이 필요한 날 같다. 쓰던 글도, 어떤 활자를 읽는 것도 중단하고 피곤한 눈을 감은채 매미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나의 심장 뛰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다시 걷기 위해 나를 가다듬는 순간. 오감을 열어 내 주위에 존재하는 자연과 나를 느낀다.

 


 

 돌아보면 나의 삶은 늘 외로웠다. 소녀시절부터 내 눈빛은 깊었고 나의 직관은 외로움과 슬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람의 숲에서도 언제나 이방인처럼 고독했다. 마치 외로움은 내 몸에 잘 맞는 외투 같았고 타고난 섬세함과 예민한 감성은- 본능적으로 삶은 외로운 경주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혼자서 오롯이 견디는 것이 아프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예민한 감성이 나를 더욱 아프게 했고 나는 고통을 먹고 성장했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하던 짧은 기간이 끝나고 우리는 서로의 다름 때문에 끔찍한 긴 시간을 침묵으로 보냈다. 군인 출신의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몰랐다. 내게 그는 벽이었다. 나의 소리, 나의 눈물을 삼키고 반응하지 않는 벽이었다. 그는 10년을 밖으로 돌았고 나는 늘 혼자였다...


 진한 커피 향이 오늘도 내게 말을 건다. 감았던 눈을 뜬다. 파란 하늘빛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 그 아래 내가 있다. 여전히 혼자이지만 더 이상 슬프진 않다. 이제는 나를 아프게 할 사람은 없다.


   

 내 안이 항상 충만하고 부족함이 없다면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그 삶은 행복했을까. 불완전한 인간의 삶에 있어 결핍은 늘 존재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있기에 우리가 더 나은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부족한 나를 채우고 다듬으려는 의지가-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본다. 사람마다 겉으로 표현되는 모습만 다를 뿐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이상 때론 혼자서, 때론 함께 격려하며 모두는 각자  그렇게 치열하게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아닐까.

 

 나는 여전히 지금도 혼자다. 그러나 그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 슬픔은 아니다. 이제 비로소 나를 위로하는 크고 광활한 우주가 나의 곁에 있음을 느낀다. 어느 날 삶의 쓸쓸한 모퉁이조차도 내게 축복이었음을 고백하는 날을 그리며 오늘도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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