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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Aug 12. 2021

오늘 내 마음을 울린 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더 푸른 풀


 건너편 풀이 더 푸른 이유가

 그곳에 늘 비가 오기 때문이라면,


 언제나 나눠주는 사람이

 사실은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가장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눈물 젖은 베개를 가지고 있고


 당신이 아는 가장 용감한 사람이

 사실은 두려움으로 마비된 사람이라면,


 세상은 외로운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함께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자신은 진정한 안식처가 없으면서도

 당신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라면,


 어쩌면 그들의 풀이 더 푸르러 보이는 것은

 그들이 그 색으로 칠했기 때문이라면,


 다만 기억하라, 건너편에서는

 당신의 풀이 더 푸르러 보인다는 것을


 (에린 핸슨)


 잠이 안 오는 밤. 방안을 서성이다가 책꽂이에 꽂힌 시집 한 권에 눈이 갔다. '시로 납치하다.'라는-세계의 명시를 류시화 시인이 소개한 책이다. 한 2년 전쯤에 읽었던 책인데, 오늘 문득 다시 읽고 싶어 책장을 펼치니 에린 핸슨이라는 호주 출신의 시인이 쓴 '더 푸른 풀'  이란 시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소리 내어 시를 읽어보니 시가 가진 울림과 향기가 그윽하게 내가 머무는 공간에 퍼진다.

  

 처음 접한 그의 시는 평범한 단어들로 시적 운율을 살리고 메시지 또한 명확하다. 인생에서 아픔, 슬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남들이 멀리서 보는 내 삶은 부러움의 대상, 더 푸른 풀일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든지 슬픔이 있고 눈물이 있고 아픔이 있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쳐 일어나고, 환하게 미소 짓고, 용기를 내어 이웃들과 나누며 함께 가는 삶일 것이다.

 

 내가 눈물 젖은 베개를 가지고 있어도 환하게 웃으며 인생길을 한 걸음씩 내딛는 것처럼 다른 이웃들도 마찬가지이며  그러기 때문에 서로 나누고 도우며 그 길을 함께 걸어가라는 의미는 아닐까.

 세상은 외로운 사람들로 넘쳐난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내가 가진 것이 넘쳐야만 베풀고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록 가진 게 없어  넉넉지 못해도 나누며 함께 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것은 선택이 아닌 우리의 의무임을 그는 이 시에서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시를 소리 내어 다시 읽는다. 훈훈하고 따뜻한 기운이 나를 감싸는 밤. 이 시를 지금 잠 못 이루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격려의 포옹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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