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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Aug 09. 2021

줌마들의 번개 모임 엿보기.

삶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

 몇 달만에 집 근처 식당에서 K집사님과 S집사님을 만났다. 날이 풀리고 한참 꽃들이 만발할 때 얼굴을  이후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었다. 그사이 두 번 정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번번이- 컨디션이 안 좋은 탓에-약속을 펑크내고 말았다. 오전에 명희 씨 카페에서 글을 쓰다가 K집사님의 연락을 받았고 갑작스럽게 번개 모임을 갖게 되었다. 만남 장소로-우리 동네 한정식 맛집에서 그렇게 몇 달만에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늦은 점심이라 꿀 같은 달콤한 식사를 하고 인근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꽤 규모가 큰 카페 안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날씨는 여전히 푹푹 찌는 한여름이지만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커피와 디저트로 케이크를 주문했다.

 

 마주 앉은 S집사의 얼굴이 몰라 보게 핼쑥해졌다.  구강암으로 수술한 언니를 2주 동안 병원에서 간호를 했으니 몸이 많이 상해 있었다. 사랑이 많고 유쾌한 그녀의 지친 표정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S집사님 옆에 앉은 K집사님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 항상 공부하고 새로운 배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시는 분인데, 요즘은 글짓기 모임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하신다. 내가 브런치에 입문한 것도 사실 그분의 역할이 크다. 사실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내게 처음 알려 주셨고 그분의 성화로 작가 지원 심사에 세편의 글을 응모하여 다행히 합격을 하였다. 작년 11월의 일이다. 나보다 세 살이 위인 언니인데도 정보력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정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니 그녀의 별명은 자연스레 에너자이저로 불린다.



  S집사님이 조용히 말문을 연다. 언니를 간호하는 동안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감사라는 사실이라고 고백하며 한층 성숙해진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 과정을 털어놓는다. 병실에서 수많은 아픈 사람들을 지켜보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방향에 대해 깊이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여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K집사님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시더니 당신이 쓰신 글을 들려주신다고 차분한 어조로 당신의 글을 낭독하신다. 일이면 일, 배움이면 배움.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적극적이신 집사님 스타일대로 당신의 작성한 글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하신다. 솔직한 나의 감상평을 말씀드리고 디테일한 부분을 가감할 것을 조언하다 보니 내가 뭐라고... 좀 민망하고 뻘쭘하다.

 

 K집사님은 나의 첫 구독자이자 애독자이며 나의 삶을 지지하는 응원군이다. 나의 어렵고 힘든 삶의 여정을 가까이서 지켜보신  답게 지금의 나의 변화를 누구보다 기뻐하신다. 내가 글을 쓰면서 자기 연민이란 동굴에서 빠져나오게 된 것을 제일 먼저 눈치채신 분이다. 언제나 나를 꼬박꼬박"작가님~ "이라고 부르신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도 그 호칭 속에는 미래의 희망이 담겨 있다고, 꼭 당신의 바람대로 내가 작가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시겠다고 하신다.



 휴일 오후-입에서 샤르르 녹는 부드러운 케이크의 달콤함과 산미가 느껴지는 아메리카노의 쌉싸름한 맛. 그리고 허물없이 서로의 인생을 격려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허물없는 친구들이 있으니- 기분 좋은 행복감이 몰려온다.

 "작가님~~ 내 글 어때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잘 쓴 것 같아요. 단번에 시원하게 써지더라구요. 대단하죠. 글의 기획력도 대단하죠? 난 그냥 글을 완성한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해요. "하시며 깔깔 웃으신다. 그녀의 자신감과 무한 긍정의 에너지가 부럽고 우스워 나도, S집사님도 얼굴을 마주 보고 소리 내어 웃었다. 세 여인이-구르는 낙엽만 보아도 웃음을 터트리는-소녀처럼 웃는다. 매미도 우스운지 따라 웃는 한낮이다.


 "작가님, 목소리가 달라졌어요. 내가 작가님 보고 글 써보라고 한 것이 너무 기뻐요. 목소리에 생기가 넘치잖아요. 역시 아픔은 끄집어 내야 힘을 잃어요. " 하고 그녀가 나를 보고 말한다. 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삶에 아무런 의지도, 희망도 없던 시간들도 이제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할 수 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도 못 했던 나였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현실의 상황은 별반 나아진 것은 없지만,  상황을 보는 나의 시각과 태도가 달라지니 세상은 그래도 살만했다. 껍질 속에서 나의 어두운 상처만을 곱씹다 보니 세상은 온통 어둠뿐인 세상이었는데... 껍질을 부수고 알에서 나오니 빛이 있었고 희망이 내 곁에 다가와 있었다. 여린 마음을 아프게 했던 상처도 이제는 웃으며 담담히 말할 수 있을 만큼 희미해졌다. 

  

 나는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사람이, 사랑이 한때 나를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사랑은 -지난날의 고난이나 현재의 어려움이나 역경도 뚫고 갈 수 있는-삻의 동력을 제공한다. 교만하고 뾰족했던 나를 변화시킨 것도 사랑이다. 그 사랑이 내게 말을 한다. 너도 사랑하라고 진심으로 너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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