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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Oct 10. 2021

가치를 창조하는 긍정적 고독 속으로...

 비가 꽤 세차게 내린다. 내리는 빗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고 평안하게 만든다. 쌀쌀해진 날씨에 얇은 겉옷을 챙겨 입고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섰다. 진한 커피 향을 마주하고 카페 꿈꾸다의 비 내리는 정원을 바라보고 싶었다. 도로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받쳐 든 우산 위로 떨어지는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를 걸으며 걸어가니 마음이 행복감으로 부풀어 오른다. 촉촉이 젖은 대지가 풍요로운 어머니의 품같이 따뜻하게 나를 향해 팔을 벌린다.

 

 멀리 하늘과 대지의 경계가 허물어진 안갯속에 잠긴 산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나를 미소 짓게 한다. 살아 있어 느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오늘이다.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다. 따뜻한 온기가 손 끝에 전해진다. 향기 좋은 커피 향이 코끝을 맴돈다. 창가의 소국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며칠 전 지인들과 점심 모임을 가졌다. 즐겁게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외로움이란 주제로 이야기의 방향이 흘러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50대 갱년기, 제2의 사춘기를 겪는 여인들의 공통분모였다. 혼자 지내는 나만 겪는 특별한 감정이라 여겼다가 같은 아픔을 겪는 동지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되었다. 

 남편과 혹은 아이들과 부대끼며 사람 사는 것처럼 사는... 그래서 나의 부러움의 대상인 그녀들도 외롭다는 사실이 좀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머지않아 노년으로 가는 이 시기에 느낄 수 있는 중년의 헛헛한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살아있으면 겪게 되는 실존적 외로움은 이 땅에 태어난 순간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혼자 살던,  여럿이 함께 사는 공동체에 속하던 근원적인 외로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존재의 이유 같은 것은 아닐까.


 

 한동안 외로움이란 부정적인 정서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나의 삶을 지배하는 인생의 대부분은 외로움이란 감정과 싸우는 것이었다. 행복하기 위해 한 결혼이었는데... 나는 늘 외로웠고 행복을 찾기 위해 한 이혼이었지만 외로움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 농도는 여전히 깊고 진했다. 골수에 사무치는 외로움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배했고 늘 깊은 좌절이 나를 찾아왔다.

 

 세월은 흘러 흘러 어느새 초로의 중년이 되니 나를 힘들게 하던 외로움과 공존하는 법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거부하고 부정할수록 더 질기게 나를 괴롭히던 감정을 직면하고 손을 잡으니 더 이상 외로움은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시간은 외로움이 아닌 고독의 시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을 마주 대할 때 고통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고 힘을 잃는다. 내가 그것이 싫어 회피할 때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나를 무너뜨렸는데 이제 내가 손을 내밀고 친해지려니 고독도 내게 와 벗이 되어 주었다. 아름다운 젊음은 사라졌지만 시간은 내게 지혜를 주었다.



 어쩌면 외로움을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우리의 내면을 만나는 긍정적인 가치의 시간이다. 사고의 깊이도, 창조도 우리가 비로소 존재론적 외로움에 접할 때 이루어진다. 아무리 무리나 공동체 속으로 달아나더라도 인간으로 존재하는 한 여전히 우리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창조적인 고독의 시간으로 선회하는 것이 맞는 것은 아닐까. 외로움, 쓸쓸함, 허무함이란 감정에서 회피하지 말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우리는 더 높은 차원의 영성인 고독과 친밀해질 수 있으며, 그 고독은 창조의 동력이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창조적인 활동을 열망한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소외, 단절, 허무를 경험한다. 나는 뒤늦게 내가 나 다울 수 있는 창조적 활동을 찾았다. 그것은 쓰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굳이 작가가 아니어도 된다. 큰 재능이 필요 없이 나를 기록하는 일. 나를 알아가는 일. 이것이야말로 가슴 뛰는 나만의 존재 이유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일은 나를 만나는 고독과 가까워지는 일일 것이다.

 

 

 코로나 시대, 암울하고 암담한 시대이지만 우리의 창조적인 본능에는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고독한 여정을 여러분도 감사함으로 걸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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