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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Dec 06. 2021

떠나는 가을과 새로 맞이 하는 겨울날의 일기.

  바람이 몹시 분다. 겨울은 12월의 시작과 더불어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채 지지 않은 빨간 단풍잎이 마른 나뭇가지에 걸려있지만 곧 그마저도 땅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겨울이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왔다. 두꺼운 외투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거의 뛰다시피 명희 씨 카페에 도착하니 오전 9시 반이다. 따뜻한 온기와 사람 좋은 명희 씨의 나를 반기는 목소리가 정겨운 아침이다. 모닝커피와 함께 새로 시작하는 계절, 겨울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한다.


 오늘은 사랑하는 동생의 생일이다. 제부랑 아이들이 아내의, 엄마의 생일을 알뜰히 축하해 주지만 언니 마음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동생이 퇴근 전에 동생 집으로 가서 미역국과 동생이 좋아하는 닭가슴살 부추 덮밥을 해서 같이 먹으려 장을 보았다.


 마지막 남은 달력의 한 장, 12월은 겨울의 문턱으로 가는 관문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따뜻함이 있는 달이다. 한해를 마감하며 감사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정을 나누고 새해를 정결한 마음으로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포부를 품는 달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이들의 하교 전, 동생의 퇴근 전인 빈 집에 들어서니 분주한 아침의 동생네 가정의 일상이 눈앞에 그려진다. 식탁 위에 빈 그릇들과 개수대의 쌓인 설거지를 먼저 하고 빨래 건조대에 널려 있는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으니 작은 조카가 집에 들어선다. 인사를 하는 아이를 꼭 안아주니 "사랑해요. 이모~"하고 내 뺨에 뽀뽀를 해준다.

 간식으로 밤에 칼집을 내서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군밤을 구워 주고 먼저 소고기 미역국을 끓였다. 느타리버섯은 소금물에 데쳐 물기를 꼭 짜서 그릇에 담고 깐 마늘은 얇게 저며 놓았다. 부추는 다듬어 먹기 좋게 썰어 놓고 4인 기준 닭가슴살 300g은 살짝 데쳐서 먹기 좋게 깍둑썰기로 썰어 준비해 놓았다. 대충 메인 요리 준비가 끝나 시간을 보니 5시가 다 돼간다. 전기밥솥에 취사 버튼을 눌렀다.


 큰 조카랑 동생이 집에 도착했다. 생일 축하한다고 조카들과 내가 미리 준비한 선물들을 풀어놓는다. 큰 조카는 직접 그린 엄마의 초상화를 작은 녀석은 언제나 몇 년째 종이접기 작품 한점 나는 토스터기를 내미니 동생 얼굴이 행복한 웃음으로 활짝 피었다. 며칠 전 미리 제부한테 생일 용돈까지 두둑이 받은 동생이 아이들의 정성 어린 선물까지 받으니 행복에 겨운 듯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얇게 썬 마늘과 느타리버섯, 닭가슴살을 넉넉하게 기름을 두른 팬에 볶다 고기가 거의 읽을 무렵 4인 기준 간장 4숟가락, 설탕 1스푼, 굴소스 한 스푼을 넣고 볶다 센 불에 썰어 놓은 부추를 넣고 휘리릭 저어 주다 불을 얼른 끈다. 팬의 열기로 부추를 익힌다는 생각으로 부추는 단시간에 볶아야 질겨지지 않는다.

 

 식탁에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 위에 닭가슴살 부추 요리를 얹고 미역국이랑 상을 차려 아이들과 동생과 함께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한다. 창밖에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다.  석양이 지는 하늘빛을 카메라에 담기 좋아하는 유주가 갑자기 창가로 달려가 사진을 찍는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랑스러운 조카의 어깨를 가볍게 손으로 감싼다.


 

 두툼한 외투의 옷깃을 여민다.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 싸늘한 밤공기를 맞으며 집으로 종종 대며 걷는다. 이제 완연한 겨울이다. 한 계절은 가고 또 다른 한 계절이 찾아왔다. 한 해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무탈하게 보내고 한 해를 잘 마무리하게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큰 축복은 아닌가. 돌아갈 보금자리가 있어 행복하고 기도해줄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으니 행복한 오늘. 춥지만 마음만은 포근한 12월의 어느  날.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쉴 수 있는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내가 유난히 사랑스럽고 고마운 날이다.


 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네가 있어 행복해. 생일 축하해. 사랑하는 친구들 당신들이 있어 살아가는 데 있어 힘이 납니다. 철들게 해 준 2021년 한 해 아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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