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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May 05. 2022

감사하고 감사한 하루

마음을 지키는 일


 4월 중순부터 시작된 불면증이 3주째 접어드니  이루 말할 수 없이 피곤하다. 이른 새벽에 멀뚱멀뚱 깨어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기 싫어 1주일 전부터 집 근처 교회로 새벽예배를 가기 시작했다. 밤 11시 반쯤 누우면 어김없이 3시쯤 눈이 떠진다. 오늘도 이른 새벽에 깨어 뒤척이며 기도하다 교회로 향했다. 어둠이 걷히고 빛이 지배하는 아침이 드러나는 시간. 아침 추위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도 종종 거리며 거리를 걸어간다.

 

 코끝에 맴도는 아침 특유의 신선한 대기의 냄새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두근거림으로 성전에 발을 내딛고 예배당에 들어가 이 아침 나를 깨우시고 이곳으로 나를 이끈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오늘 내게 주신 말씀은 네 마음을 지키라 하는 말씀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그 보이지 않는 마음에 우리는 희비가 엇갈리고 절망하기도 새로운 꿈을 품고 전진하기도 하니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말씀일 것이다. 예배가 끝나고 어두운 예배당에 오늘 주신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했다. 나의 한계를 고백하며 나의 크고 작은 죄를 고백하며 이 시간 깨어 기도할 수 있음을 감사했다.



 교회 가까이에 있는 내가 즐겨가는 명희 씨 카페가 이른 시간 문을 열어 그곳으로 예배를 마치고 갔다. 크고 넓은 창에 아침의 투명한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쬐고 정원에 핀 희고 붉은 철쭉들이 곱게 물든 풍경은 나를 행복으로 충만하게 한다. 아침을 깨우는 진한 커피 향이 세상의 그 어떤 것들보다 나를 기쁨으로 인도한다. 행복의 열쇠는 내가 쥐고 있음을, 그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사실을 되새기며 햇살이 차오르는 정원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지인에게 편지를 쓴다. 오늘 아침 내가 느낀 마음의 평화와 일상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며 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이-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참으로 귀한 행복의 시간임을 떨리는 입술로 나의 신께 고백한다.

 

 새들이 지저귄다. 푸른 물빛 하늘을 바라보며 휴일의 망중한을 즐기다 나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며 가볍게 두드린다. 그동안 잘 살았다고, 잘 견뎠다고, 잠시 내게 편한 쉼을 허락해도 됨을 스스로에게 격려의 말을 건넨다.



 갓 구운 토스트와 커피에 뜨거운 우유를 부어 만든 카페라테를 아침으로 먹는다. 일찍 시작하는 하루가 귀하고 귀하다. 잔잔하고 고요한 마음의 평화가 지금 내게 있으니 지금 이 세상 어떤 것도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설령 다시 내게 고난이 주어지더라도,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고난이 영원하지 않았음을-나의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얻은 지혜로-깨닫으며 내 마음속에 인생을 살아갈 힘과 정답이 있다는 귀한 사실을 오늘 아침 묵상하며 다짐한다.


 항상 내 마음을 지키며 입술로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을 감사로 고백하는 삶. 앞으로의 나의 삶은 그런 삶으로 가득 채워가길 소원하며 다짐하는 이 아침,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며 새로운 하루의 문을 연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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