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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May 19. 2022

아침 단상.


 새벽예배를 마치고 교회 옆 명희 씨 카페에 갔다. 명희 씨 역시 새벽예배를 드리니 예배 끝나자마자 교인들을 위해 이른 시간에 카페의 문을 연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예배를 드리고 맛보는 커피맛은 어느덧 나의 새로운 리츄얼이 되었다. 깨끗하게 정화된 마음으로 오늘 하루의 시작을-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계획하니 이것이 바로 일석이조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수면의 양은 절대적으로 부족해 눈이 피곤하기 그지없지만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오늘 내게 주실 말씀을 사모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나서게 사뿐사뿐 날아갈 듯하다.


 예배를 마치고 잠시 기도하다 명희 씨 카페로 오니 벌써부터 사람들로 북적댄다. 카페 입구에 못 보았던 꽃바구니가 눈에 띈다. 카페의 문은 연지 2주년  기념으로 명희 씨의 스위트 한 남편분이 보내온 꽃이라고 한다.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녀와의 인연도 카페와의 인연도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으니 시간이 참 빠르다. 수줍음이 많아 사람을 사귀기 어렵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끈끈하게 오래가는 성향인 내게 명희 씨와 주말에 아르바이트로 나오는 황 집사님은 오래된 친구처럼 편하다. 일품인 커피맛과 사계절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넓은 창은 나의 상상력과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엔 아픈 친구를 위해 기도했다. 2번의 코로나 감염과 얼마 전 교통사고로 허리가 아픈 친구가 자꾸만 눈앞에 떠올라 그녀의 회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구했다. 삶이 아무리 고난의 연속이라지만 불과 3개월 안에 실직까지 겹친 그녀의 고통이 마치 내 것 인양 슬프고 안타까웠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지만 그것을 견딜 힘과 내공을 갖게 되는 것은 에 대한 긍정적 자세와 내 삶에 대한 책임감일 것이다. 아무리 힘든 시련이라도 흐르는 시간의 힘 앞에서는 결국은 고통도 힘을 잃는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 역시 얼마나 많은 아픔과 눈물 속에 살아왔던가... 고난은 유익이자 자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동력이었다.


 명희 씨에게 개업 2주 년 축하 인시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보통 오전엔 카페가 조용한데 반해  오늘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소음으로 시끄럽지만 오늘은 이 소음 속에서도 마음이 편안하다. 한적한 나의 공간에서 벗어나 참으로 오랜만에 사람의 숲으로 나온 느낌. 그 느낌이 아늑하고 포근한 날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넘게 온라인 예배를 드렸던 나는 모태신앙이라고는 하나 항상 어린아이 같은 초보 신자에 머물러 있었다. 감사와 기쁨보다는 삶에 걱정과 근심이 나를 더 강하게 지배하였는데... 내 삶에서 예배가 온전히 살아나니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과 행복감이 나를 충만하게 한다. 현실은 늘 제자리에,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예수님의 명하신 것처럼 항상 감사하고 기뻐하고 늘 기도에 힘쓰라는 말씀을 붙잡고 하루의 첫 시간을 주님께 드리니 크고 작은 삶의 변화가 나를 찾아와 나를 조금씩 예수님 닮은 모습으로 걸어가게 만든다.

 

 헤어진 아이 아빠에 대한 원망도 연민과 용서로 바뀌었고 관계에서 지인들에게 가졌던 옹졸한 서운한 마음들이 부끄러워지며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런 크고 작은 변화들이 더욱더 나를 감사의 삶으로 이끄니 이것은 나의 의지와 마음이 아닌 주님이 주신 귀한 선물은 아닐까.


 

 햇살이 말갛게 퍼지는 오전의 아침은 충분히 사랑스럽다. 잠시 오늘 주신 말씀을 눈을 감고 묵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신앙은 복을 구하는, 무조건 고난을 피하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비로소 알겠다. 자족을 배우며 삶의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훈련을 통해 터득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내 이웃에게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주 안에서 최대한 행복을 누리는 삶. 이 귀한 사실을 깨달은 이 순간이 진정 복된 순간은 아닐까.

 눈부신 햇살 아래서 오늘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해 기대하며 오늘도 빛을 향해 걸어간다. 나의 주인, 나의 사랑 예수님과 함께... 나의 사랑 가족과 나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평안한 하루를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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