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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May 27. 2022

마루와 함께 춤을~~

행복과 감사의 시간.


 강원도 속초로 출장을 간 아들 덕에 마루와 며칠째 동거 중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이 내 곁에 있어 좋으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사고뭉치를 두고 외출을 할 수 없으니 한편으로는 솔직히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지난 금요일 마루가 온 이후로 새벽예배드리러 가는 시간과 마루를 산책시키는 일 이외는 온종일 거의 강아지랑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단출한 삶에서 무언가 돌보아 주어야 하는 대상이 옆에 있다는 것은 생각 외로 대단히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다.

 

 아직 2년이 채 안된 강아지 우리 마루는 여전히 무엇이든 물어뜯고 보는 습성이 있어 혼자 놔두고 외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값나고 좋은 물건은 없지만 혹시라도 마루가 다치는 일이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한 시간 남짓한 새벽예배를 드리러 가기 전 위험한 물건은 높은 곳으로 옮겨 놓고 집을 나섰다.


 어린 마루를 혼자 남겨 놓고 예배 시간에 맞춰 뛰다시피 성전으로 달려갔다. 약간의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 어느새 아침을 여는 이 첫 시간이 내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기에 잠시 마루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았다. 말씀을 듣고 아들과 나 그리고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간절한 마음을 담아 주님께 올려 드렸다.



 새벽예배를 마친 교인들을 위해 일찍 문을 연 카페에 들러 오늘은 나를 기다릴 마루 생각에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집으로 향한다. 막 햇살이 수줍게 대기를 감싸기 시작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시원한 공기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 입구의 봉오리 진 장미 넝쿨이 나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아침에 충전한 감사와 평안의 마음이 오늘도 나를 기쁨으로 이끌 것이다. 내일 일은, 내일의 걱정은 내일의 몫이다. 행복은 늘 그렇듯 이렇게 원래 내 곁에 가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루가 나를 보고 흥분해서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나를 향해 반갑게 짖는다. 그런 마루를 꼭 끌어안고 쓰다듬어 준다. 따뜻한 마루의 체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를 향한 무한의 믿음과 사랑을 몸으로 느끼며 나도 나의 주님을 향한 온전한 믿음과 사랑을 다짐해본다.



 예상한 대로 집안 구석구석이 마루의 흔적들로 어지럽혀 있다. 말갛게 나를 쳐다보는 마루를 보니 화가 나기보다는 웃음이 나온다. 집안을 정리하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이 귀여워 다시 한번 꼭 끌어안으니 녀석이 답답한지 버둥댄다. 나를 할머니로 만든 마루. 개 아빠를 자처하는 아들 덕에 생각지도 않은 할머니가 된 나이지만 이제는 그 호칭마저도 익숙하고 정겹다. 개를 무서워하던 내가 마루를 통해 동물에게도 넘치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 좀 이른 할머니가 된 것은 참 고마운 일이 아닌가.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를 쓰고 목줄을 챙기니 마루가 외출을 눈치챈 듯 내게 향한다. 목줄을 걸어주는 내게 가만히 몸을 맡기고 나의 "가자. 마루야!" 하는 소리에 경쾌한 발걸음으로 현관을 나선다. 빠르고 날렵하게 걷는 마루의 뒤를 따른다. 신이 난 녀석은 화단에서 한참 머무르며 코를 킁킁대고 풀잎의 냄새를 맡는다. 몇 번의 경험으로 산책 코스를 기억하는 녀석은 앞장서서 씩씩하게 나를 이끈다. 사교성이 좋은 마루가 산책 길에 만난 친구들에게 다가가 주위를 빙빙 돌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는 그런 마루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푸르고 푸른 오월의 하늘이 눈이 부시다. 하얀 뭉게구름 같은 마루가 눈이 부시다. 이래저래 아름다운 오월의 아침이다.



 곤하게 잠이 든 마루를 바라본다. 천사같이 잠든 녀석의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내 주었다. 아빠인 아들이 일을 하는 동안 외로웠을 마루를 늘 안쓰럽게 여기는 아들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환하게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잠시 아들의 안녕을 위해 기도한다. 나의 기도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언젠가는 열매 맺기를 바라고 믿으며 오늘도 현장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아들을 떠올렸다.

 언젠가 이 땅의 시간에서는 아들과 마루 내가 헤어지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매일매일을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표현하면서 하루하루를 축제처럼 살아간다면 나중에 닥칠 우리의 이별도 그리 슬프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이 고요가 슬프지 않은 시간 속에서 감사와 사랑이 넘치는 이 은혜와 축복을 주신 그분만을 내 삶의 주인으로 여기며 오늘 아침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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