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0원으로 산 행복한 웃음.

스마일 어게인

by 예쁜손


1인 가구인 나는 장을 주로 온라인에서 본다.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아픈 어깨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들기가 힘들어 주로 마켓 00을 이용하고 있다. 주문하고 다음 날 새벽이면 문 앞까지 배송되니 편리한 그 맛에 종종 이용한다. 오늘도 생필품 몇 가지와 식재료 구매하던 중 홈 화면에 등장한 예쁜 미소가 돋보이는 1인 접이식 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계획 구매보다는 충동구매에-늘 여유 없는 생활이라 매번 물건을 즉흥적으로 구매했다가- 후회하기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나이기에 애써 눈에 들어온 노란 미소 가득한 접이식 탁자를 외면하고 다른 카테고리로 이동했다.


장바구니에 필요한 물품들이 채워졌으나 내 머릿속에는 아까 본 스마일 탁자가 자꾸만 아른거린다. 다시 홈 화면으로 돌아가 환한 미소의 탁자기 필요한 이유들을 하나하나 스스로에게 열거하며 혹시나 품절이 될까 얼른 장바구니에 담았다.



깊은 밤보다는 어스름한 저녁의 노을을-개와 늑대의 시간을-좋아하는 나는 진분홍빛으로 화려하게 물든 서쪽 하늘을 그윽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예전에, 젊은 날 어느 때인가에도 분명 이런 눈빛으로 활활 타오르는 노을을 본 것 같아 기억을 더듬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여름은 성장하는 에너지의 팽창을 경험할 수 있지만 왠지 가을은 쇠락하는 우주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이별의 시간 같아 가슴이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창문을 연다.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는 가로등이 별빛처럼 아름답다. 코끝에 묻어나는 가을의 향기가 진한 차 향처럼 깊고 그윽하다. 계절마다 다른 향기가 새삼 신기해서 크게 심호흡을 해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본다. 쌉싸름한 슬픔이 대기를 가득 채우는 밤. 그 가운데서 나를 들여다본다.



새벽에 평소보다 잠에서 늦게 깼다. 예배드리러 출발하려면 준비 시간이 10분남짓. 부리나케 욕실로 뛰어가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을 나선다. 현관 옆에 어제 장은 본 물건들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새벽예배에 늦게 도착할 것 같아 집안으로 물건을 들여놓지 못하고 바쁘게 뛰다시피 길을 나선다. 새벽의 공기는 가을보다 겨울에 가깝다. 찬 공기가 뺨을 스친다. 하루 안에 두 계절이 공존하고 있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직 어둠이 깔린 인적 없는 길을 걷는다. 이른 아침의 첫 시간. 나를 만나는 귀한 시간을 주신 신께 감사함을 고백하며 오늘도 조용히 하루를 연다.


젊은 날. 어리석게도 고난 없는 삶을 꿈꾸기도 했다. 피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고 고통이 존재하기에 행복과 기쁨이란 밝음이 더 빛날 수 있음을 안다. 모든 사람들의 삶의 평균값은 약간의 우울한 고통임을...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에 쌓인 박스를 집안으로 옮겨 겉옷도 채 벗지 않고 접이식 탁자가 든 상자부터 행복한 기대감으로 풀러 보았다. 노란 동그란 탁자가 환한 웃음으로 내게 인사한다. 그 환한 웃음이 내게도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루 종일 혼자 생활하다 보면 웃을 일도, 말할 일도 없을 때가 많은 내게 39000원짜리 스마일 탁자는 보고만 있어도 그 환한 미소. 그 행복한 마음을 전해주니 처음 보자마자 단순한 물건 이상의 의미가 되어 버렸다.

드립백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갓 구운 토스트와 과일을 준비해 노란 미소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마주 앉는다. 행복을 살 수 있다면 나는 오늘 39000원에 가성비 죄고의 행복을 살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 삶의 곳곳에 슬픔과 고통이 도사리고 나를 삼키려 해도 내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내가 의미를 부여한- 모든 것들을 부여잡고 나는 앞으로 나갈 것이다. 울고 싶을 때, 주저앉고 싶을 때, 외로움이 목까지 차오른 날. 내 새로운 친구를 마주 보고 웃다 보면 새로운 희망이 솟아날 것임을 난 직감 한다.


슬픔이여, 안녕... 다시 스마일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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