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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Feb 14. 2021

열정의 배신.

 브런치에 2020년 11월 18일에 처음 글을 올렸으니 거의 석 달이 다 돼간다. 학창 시절에 좀 끄적여 보긴 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펜을 잡아 보는 거라 사실 설렘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컸다.

  나한테 과연 재능은 있는 건지,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면 진부하지 않고 진솔하게 전달될까, 내가 너무 고리타분한 뻔한 재미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루에도 여러 번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사실 처음에는 이러한 고민은 처음 시작한 열정에 가리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한 달을 미친 듯이 가슴속의 응어리진 말들을 풀어놓고 보니 그제야  신세한탄-넋두리였구나 생각이 들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그것조차도-내 서투른 습작들-나의 일부였으니 실패를 인정하고  갈고닦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열정은 분명 충분히 넘쳐났지만 그에 비해 역량이 달린 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일을 선택할 기로에 섰을 때 흔히들 가슴속의 소리-열정을 따르라-에 귀 기울이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정이 넘쳐나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나는 거의 석 달에 걸쳐 글쓰기 작업을 하면서 열정만으로 작품이 거저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작품열정 플러스 끊임없는 노력으로 만들어 내는 열매 즉 실력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분명 미흡한 작품들이지만 나로서는 그래도 나의 역량을 다한 작품들이어서 부끄러우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의 모색이 필요했다. 사실 열정은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새내기한테 있어 아니 농익은 프로까지 두루 작품을 작품답게 완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계로 말하면 엔진의 역할 아닐까.

 하지만 엔진엔 수명이 있다. 연료로 말을 해도 계속 공급되어 주어야 하는 에너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연료는 무엇일까? 나같이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수많은 습작 들일 것이다. 내가 전작의 작품들을 초라하게 느껴도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실력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 나와의 싸움은 고독하면서도 때론 절망스러운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래도 그것은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일 뿐 일일이 괘념치 말아야 성장할 수 있고 실력을 키울 수 있다.

 나 역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를 되돌아보면서 -시간이 흐르거나, 예상치 못하게 글이 안 풀릴 때 열정은 저만치 도망가버리거나 사그라져 있는 경우를 발견하고는- 스스로에게 실망할 때가 많았고 실제 이 문제가 나에겐 제일 골치 아픈 숙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계속 열정에 불을 지피기 위해 그리고 연료인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한 연습, 습작밖에는 없다. 또 꾸준한 연습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 몸에 밴 습관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 가지 습관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대략 3주에서 한 달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너무 큰 계획으로 습관을 만들려 한다면 오래지 않아 지레 포기하게 될 것이다.

 실천 가능한-내 역량에 맞거나 약간 상향된- 계획으로 일정기간을 규칙적으로 일상화하여 뇌가 기억하게 하는 게 좋다.

 나 역시 두, 세 달을 끊임없이 글을 써 몸에 배게 습관화시켰다. 물론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만을 생각할 때는 매일매일 결과물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루에 글에 대한 생각과 노력은 빠짐없이 하였다. 비록 빈 여백일지라도...

 모든 일이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글을 쓰는 작업도 쉽게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운이 좋아 보이는 극소수의 사람들조차도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을 물밑에서 해왔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종종 글이 예상대로 안 풀릴 때는 '내 길이 맞나?'를 스스로에게 물으며 의기소침할 때가 많다.

 초짜의 열정과 의욕은 넘쳤고 경험과 실력은 미숙했으나 작가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러니 초조함에 어쩌면 제대로 가고 있는 수련 기간을 못 견디고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내가 매일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한 줄 이상 쓰지 못하고 며칠 이상 두고두고 고민하는 날에도 어찌 보면 그날들은 헛된 날들만은 아닐 것이다. 생각하는 힘과 글에 대한 오감을 키우고 내 고뇌와 번민이 어느 날에 어느 작품에 한 문장이 되어서 아니 한 작품으로 탄생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날들이 쌓이고 쌓이면 기회의 문은 넓어질 것이다. 스콧 벨스키는 "기회는 비약적 도약이라기보다 점차적 전진에 가깝다."라고 표현하고 있듯 첫 관문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나의 열정의  사그라짐은 성급함 때문이었다. 빠른 성과주의였다.



 지난 석 달 나는 여러모로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경험했다. 마음의 병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치유되는 놀라운 경험도 했으며 잃어버린 나의 열정과 에너지도 다시 찾은 기분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은 사실은 처음 나를 사로잡은 강력한 열정도 그것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에너지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우리를 뒤흔들고 흥분하게 만든 창조의 원동력 열정도 우리 기대를 쉽게 배신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즉 열정보다는 규칙적으로 틈틈이 쌓아가는 실력들이 결국은 우리를 기회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할 것이라는 사실과 기회는 모든 것을 뒤바꾸는 비약적인 도약이 아닌 첫 관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매번 글쓰기는 즐거우면서도 힘든 작업이다. 균형의 추가 내가 욕심을 부리게 되면 힘든 쪽으로 더 기우는 것을 얼마 전 느꼈다. 이제는 되도록 균형을 맞추려 하는데 뜻대로 될지 모르겠다. 아쉬운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노트북의 빈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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