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의 안부

by 말로

올해도 어김없이 그 메시지가 왔다.


"팀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10년 전쯤, 2년 정도 같이 일했던 후배다. 그가 다른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우리는 자연스레 헤어졌다. 이직 직후에는 밥이라도 한 끼 먹자며 가끔 얼굴을 보았지만, 서로 몸담은 곳이 다르고 딱히 엮일 일도 없으니 만날 명분은 이내 스러졌다. 각자의 밥벌이에 치여 살다 보면 그렇게 흐지부지 멀어지는 것이 보통의 인연이다.


그럼에도 이 친구는 매년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카톡을 보낸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명절 인사였지만, 올해는 왠지 그 문자가 다르게 다가왔다.


형식적일 수도 있다. 친구 목록에 등록된 사람들에게 연중행사처럼 보내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째 꾸준히 인사를 건네는 이 친구를 보며,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아직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속절없이 고마워지는 일인가 보다.


젊은 시절에는 내가 가진 조건이나 쓰임새만큼 타인과의 연결 고리가 단단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이라는 건 생각보다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무탈하게 지내며 꾸준히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것. 1년에 한 번, 짧은 문자 하나를 기꺼이 주고받는 마음. 어쩌면 그것이 인연의 전부 인지도 모른다.


10년 전 그 후배는 젊었고, 나 역시 지금보다 젊었다. 우리는 그저 회사 일로 만났고, 회사를 떠나며 헤어졌다. 그게 다였다. 하지만 그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내 번호를 지우지 않았고, 1년에 한 번씩 나를 떠올렸으며, 짧은 인사를 보내왔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그의 메시지를 받고 늘 "고마워.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고 의례적인 답장만 보냈을 뿐이다. 내가 먼저 안부를 물은 적은 없었다.


올해는 평범한 답 문자에 "올해도 기억해 줘서 정말 고마워"라는 말을 썼다가 지웠다. 쑥스러웠다.


그가 보낸 메시지를 다시 읽어본다.

"팀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짧고 평범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온전히 담겨 있다. 열 번의 새해, 열 번의 기억, 열 번의 수고로움. 그가 나를 기억해 준 10년의 흔적.


가만히 다짐해 본다. 내년에는 내가 먼저 이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보기로. 설날 아침, 그가 나를 떠올리기 전에 내가 먼저 그를 떠올려보기로.


그가 딛고 선 그곳에서 그동안 잘 지내고 살아왔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우리가 서로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기를. 별것 아닌 이 다정한 인사를 오래도록 주고받을 수 있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https://youtu.be/ImutnoiBixY?si=eosQZUUPEhkN506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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