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몰라도 몰상식한 짓을 참 성의 있게도 했다.
일요일 아침에 집 근처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 가지고 나오다 목격한 장면이었다. 편의점 옆 화단에 심어진 나무에 마스크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장면이 하도 기이해서 사진도 찍었다. 하관의 모양새가 잡혀있는 걸로 봐서 새 마스크는 아니었다. 어느 취객이 술기운에 빌어 장난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형편없는 시민의식을 탓하며 혀를 차고 그냥 지나치려다가 잠깐 멈췄다. 매달린 마스크를 유심히 살펴보니, 촘촘히 묶어낸 매듭의 모양새가 술주정으로 버린 것 치고는 정성이 깃들어 보였다. 마치 마스크가 오랫동안 나뭇가지에서 버텨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단 것 같았다.
가을빛이 어른거리는 나뭇잎 사이에서 마스크가 묘한 대비를 만들고 있었다.
'Tony Orlando & Dawn'의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 이 생각났다. 유명한 노란 손수건 이야기를 소재로 한 노래다. 형무소에서 출소한 남편을 용서하고 받아들인 아내의 마음이 담긴 노란 손수건을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참나무에 매달았다는 내용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훈훈한 이야기이다. 찾아보니 노란 손수건이 사랑하는 사람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증표 된 것은 꽤 오래된 것 같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한 여성이 미 육군 기병대에 복무하고 있던 사랑하는 이에게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돌아올 때까지 머리카락이나 목에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나무에 매달린 마스크를 보고 노란 손수건이 생각난 이유는 코로나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이별을 주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세상을 뒤덮은 지도 벌써 10개월이 지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누적 확진자가 5천만 명이 넘고, 누적 사망자는 125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좀처럼 바이러스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오히려 집요함이 더해지는 것 같다. 그 집요함에 슬슬 질리고 지쳐가고 있다. 반복되는 감염자 소식에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 코로나 재난 문자를 스팸처럼 취급하고, 마스크는 거추장스러운 습관이 되고 있다. 생각 없이 내미는 통행증 같이. 일상이 된 코로나 속에서 경제 둔화를 걱정하고, 비대면 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어떤 기업이 가라앉고 뜰 것인지, 코로나 테마주를 쫓아다니기 바쁘다. 저녁 술자리 횟수가 줄어드는 것에 서운해하고,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하며, 예전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해 우울해한다. 그 속에 코로나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눈물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 한낱 장난으로 매달았을 마스크를 보고 노란 손수건이 생각났고, 노란 손수건에 담겨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무사함을 바라는 마음이 생각났다. 뉴스 전광판에 흘러가는 자막처럼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지나칠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에 담긴 가족들의 눈물이 생각났다. 일요일 아침에 하는 생각 치고는 뜬금없긴 하지만, 잊지 말고 가슴 한편에 담아두어야 할 생각이 떠오른 것 같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남아 있는 나날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다만 너무 천박해지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