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뜨겁다. 개인 투자가들이 '영끌'이라고 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한다고 한다. 저금리와 각종 규제로 부동산 투자가 여의치 않자 시중의 자금들이 주식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300을 넘겨 그 의미에 대해서 각종 보고서가 나오더니 며칠 전에는 2500도 넘겼다.(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도체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 쏠림이 크지만...) 코로나 시대에 한편에서 직장을 잃고, 가게를 폐업할 수밖에 사람들이 하루하루 버티기에 들어가는 반면, 한편에서는 늘어난 여유 자금을 투자할 곳을 찾기에 분주하다. 만화경 속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 양극단으로 더욱 고착될 부의 분배가 두렵다. 혼란과 두려움 속에 투자할 여유 자금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형편이지만, 저금리 시대에 매월 조금씩 돈을 모아 삼성전자 1주라도 사 모아 볼 요양으로 주식 계좌도 만들고 증권 앱도 설치했다. 일단 주식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가 필요하다.
주식시장에는 알아야 할 용어들이 정말 많다. 쉽게는 매수, 매도, 시가 등 들으면 대충 무슨 뜻인지 알 만한 것부터 증거금, 반대매매, 공매도, 손절매 등 좀 더 공부가 필요한 용어도 있고, 보자마자 기가 죽는 영어 약어로 된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 수익비율), PSR(Price Sales Ratio 주가 매출 비율 출처), EPS(Earning Per Share 주당순이익 출처) 등 가치 투자를 위해서 꼭 알아야 할 용어들도 많다. 차트 분석이라도 할라치면 봉차트, 캔들, 이동 평균선 등... 거기에 수많은 보조지표들... 역시 주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그 많은 용어 중에 왠지 눈길이 가는 용어가 있었다. 'VI'는 'Volatility Interruption'의 약자로 해석하면 '가격 변동성 완화장치'이다. 말 그대로 변동성이 크면 잠깐 멈추게 한다는 뜻이다. 즉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거나 내리면 '~워워' 진정하라는 신호이다. 주식 시장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 '서킷브레이크'와 '사이드카'라고 한다면 VI는 개별 종목마다 상승과 하락률에 따라 적용된다. 'VI'는 주가가 큰 변동성으로 급등, 급락 등을 하게 되면 2분간 주식 매매가 중단되고 2분 후에 정상적인 매매가 가능해진다. 급등과 급락의 기준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현 시가가 전날 종가보다 10% 이상 변동이 발생하면 발동하는 것으로 이것을 정적VI라고 하고, 현재 체결되고 있는 가격이 직전 체결가보다 2~3% 변동하면 발동하는데 이것을 동적VI라고 한다.
거래량이 폭증하는 종목에 들어가 보면 정신없이 가격이 변한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가 설치한 시한폭탄 초침 같다. 실제로 내 돈이 들어간 종목이라고 생각한다면 심장이 버틸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 와중에 원하는 가격에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다니 주식계의 에단 헌트 들이다. 미친 듯이 변하는 가격을 넋 놓고 보고 있는 순간 상단에 'VI'라는 표시와 함께 거래가 멈춘다. 잠시 정적이다. 불꽃놀이로 폭발하는 밤하늘이 갑자기 별빛만 남기고 스러지듯 숨죽이고 있는 숫자판의 고요가 폭풍전야 같다. 그리고 잠시 후 'VI'가 풀리게 되면 숫자들이 또다시 움직인다. 어떨 때는 계속 상승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가격이 빠지기도 한다. 정적의 순간이 흐름이 바꿔놓기도 한다. 숨이 차오를 듯한 달림 속에 휘슬과 함께 잠깐 정지하는 주식 창을 보면서 인생에도 'VI'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 너무 잘 풀려서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다고 한다. '횡보주'인 내 인생에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어서 공감은 잘 안 가지만, 그렇게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리고 주변에서 찬사와 기대를 마구 쏟아질 때가 '인생의 VI'가 발동할 때라고 본다. 흔히 접하는 소식 중에 급부상한 특정 연예인이나 셀럽이 각종 추문으로 한 순간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유무를 떠나 유명세라는 것이 동작하여 본인은 억울한 경우도 많이 있겠으나, 과거의 했던 부끄러운 행동이나 이슈들이 소환되어 현재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가 꺼져 버리는 경우도 많다. 회사나 조직에서도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사람이 윗선 라인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내쳐지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능력치를 착각하여 감당하지 못할 일을 떠맡고 자멸하는 경우도 있다. 온 세상이 내 편이라고 생각될 때, 내 인생의 상승장에서 잠깐 멈추고 자신과 주변을 잠시 둘러봐야 한다. 혹시라도 여기까지 온 것이 오로지 내가 잘나서 왔다고 마음속 교만이 똬리를 틀고 있지 않은지, 주변에 챙기지 못 한 사람이 있거나 상처를 줬던 사람들은 없는지 살펴보고 배려하고 용서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잠시 엔진을 식히는 시간. 그런 멈춤의 시간들이 인생의 상승을 연장해 주는 추진체가 될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아무 생각 없이 노만 젓다가는 망망대해에 표류하기 십상이다.
일이 너무 안 풀리고 하는 것마다 재수가 옴 붙은 시간들이 있다. 머피의 법칙이 내 삶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 중 한 부분이라 공감이 간다. 더구나 불운은 항상 무리 지어 온다. 결코 한놈만 오는 경우가 없다. 하는 일마다 태클이 걸리고 생각과는 반대로 간다. 이럴 때도 '인생의 VI'가 필요하다. 하던 일들을 잠시 멈추고 무조건 쉬어보는 거다. 가뜩이나 일이 풀리지도 않는데 쉰다니 아예 묻을 생각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으나 잘못된 상황에 몰입되어 자신이 보이지 않을 때가 더욱 위험하다. 자신을 객관화하고 마치 남이 나를 쳐다보듯이 나를 남 보듯 쳐다보면 사소한 것에 매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휩쓸려 가는 시간들이 보일 것이다. 분위기와 주변 상황에 휩쓸려 가는 시간들이 쌓여 결국 불행의 매립장이 되고 만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가? 내가 이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인가? 자신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사소한 이득에 목매어 숲 속에서 나무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VI'를 발동해서 전체를 조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보일 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주식은 파도다. 인생도 파도다. 아니 세상 모든 것이 파도다. 파도의 높이 즉, 파고는 바다에 설치된 부이의 파고계를 통해 측정한다. 인생의 파고계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위해서는 '잠깐 멈춤'이 필요하다. 상승과 하락이 정신없이 반복되는 인생장에서 잠깐 멈춰 주변을 살피고, 나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잠깐 멈췄다 가더라도 어차피 장은 계속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