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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디오 Sep 05. 2016

인간'적'이라는 것.

#월세(월요일세시)냅시다 by seri park  

2016.9.5 오후 3시 (by seri park의 일상기록)


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선한 사람도, 지나치게 악한 사람도 없는 구성이 좋다. 착하디 착할 것 같은 사람도 때때로 화를 내거나 찌질한 짓을 하거나 나쁜 마음을 품거나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하고, 일견 악인처럼 보여도 그가 하는 재수 없는 짓에는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어 얄밉지만 100% 미워할 수 없는… 그저 세상에 흔히 널려 있는(흔하다고 믿고 싶은) 인간상을 보여주는 게 좋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 존경하는 선배나 선생님, 예의 바른 동생들, 바르게 참 잘 컸다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 그런 모습들은 그저 그들이 나에게 보여주고, 내게 비친 모습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또는 보여주기 싫은 그늘진 모습들이 있겠지?

나에게도 그런 그늘이 존재하니까. 나만 알거나, 내 가족들만 알거나, 또는 남들도 어렴풋이 느끼지만 모르는 척해주는 그늘.   

어제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아주 사소한 일로 나의 ‘그늘’을 드러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와 순간 민망한 감정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못 느꼈을 수도, 또는 감지했지만 모르는 척했을 수도 있다.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사토라레’가 되는 상황이 생긴다. 영화 속의 사토라레처럼 내가 몰라버리면 민망함이고 창피함이고 없겠지만, 내가 스스로 감지해버리거나 훗날 깨닫게 됐을 때는 정말 민망해서 그 순간을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어진다. 그런데 어쩌겠어. 이미 들켜버렸는걸. 그냥 그런 게 인간적인 거라고, 그들도 그런 순간이 있을 거라고 믿어야지.

세상에는 나처럼 스스로를 선인(善人)이라 믿고 싶어하는 어설픈 선인들로 넘쳐날 테니까.

일러스트: 이소령쵝오님의 5월 16일 월요일세시의 기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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