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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cilia de brunch Apr 27. 2020

[제주일기 14] 출근길에 뱀을 만나는 풍경

뱀이다뱀이다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출근길이었다. 버스를 20분 정도 타고,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회사가 있다. 오르막이라고 해도, 엄연히 4차선 차도가 있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상가도 있고, 유명 치킨집 체인도 있는 나름 서귀포 신시가지의 번화가인데, 출근길에 포장된 도로에서 길이 30cm 정도의 노란색 실뱀이 스윽하고 지나갔다. 맙소사. 제주에 뱀이 많다고 들었지만 그건 한라산 중턱이나 인적이 드문 수풀 속 이야기인 줄 알았다. 차가 쌩쌩 다니는 4차선 도로 옆, 곱게 포장된 아스팔트 인도에 뱀이 누빌 거라고는 아무도 말을 안 해줬잖아!!!!!!!!! 

 

제주도 물가를 누가 싸다고 했지아무도 안 했지.

 얼마간 살아보니 제주도는 물가가 싸지 않다. 특히 대형마트가 비싸다. 내가 이마트를 백화점이라고 생각했던 건, 분명 도시적인 디스플레이 때문만이 아니었다. 사과는 6개 만원, 복숭아도 개당 2~3천 원, 애플망고는 킬로당 2만 원이 넘는데 1킬로에 몇 개일지 가늠이 안 되어서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왜 우리는 제주도에 오면 물가가 쌀 거라고 근거 없이 기대했을까? 아마도 서울에서 멀수록 물가는 내려간다는 잘 못된 셈법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시장에서 물건을 샀던 케케묵은 추억이 잘못 합쳐져 가격의 신기루를 마음대로 조작하고 착각해버린 듯했다. 오히려 가스 비는 육지에서 가스를 실어오는 비용 때문에 30%나 더 비싸니, 겨울엔 웬만하면 난방을 틀지 말고 버티라고 했다. 정 추우면 전기매트를 켜라는 것이 5년 차 선배 제주 도민의 조언이었다. 


 비싼 물류 배송비까지 더해져 회사 앞 밥값도 싸지 않다. 서울은 식당이 오밀조밀 붙어있고 경쟁이 치열해서 직장인의 점심 식사 가격대는 저렴하게는 5~6천 원부터 7~8천 원대면 먹을 수 있다. 제주는 식당 밀집도가 낮아, 더욱 식비가 만만치 않았다. 뷔페식 백반 상차림이 7천 원부터였고, 보말 칼국수도 8천 원, 생선구이나 조림은 쌀 법도 한데 1만 원 언저리에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서울 대비 한 끼에 2~3천 원 정도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강남 회사 앞 자주 가던 칼국수 집은 1인분에 6천 원이었으니. 카페도 많지 않아 카페라떼 한 잔에 4천 원이어도 대안이 없어 사 먹어야 했다. 월급 한계선에 조만간 구멍 뚫릴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생각해보니, 아무도 제주 물가가 싸다고 말한 적은 없다. 제주 부동산은 서울 강북 가격과 (2018년 여름 기준) 거의 흡사하다. 제주도는 물가도 싸고, 부동산도 저렴한 곳일 거라고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지레짐작했던 것뿐, 무지한 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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