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트(Pant)는 벗는 것이 아니라 모으는 것
첫날 차를 빌리고 우리는 물가도 조사할 겸, 써클 K(Circle K)라는 편의점에 들렀다. 아니 진짜 정말로 작은 콜라 한 병(500ml)에 30 크로네(NOK), 우리 돈으로 5,000원쯤 했다. 노르웨이에 오기 전에는, 사람들이 다 같이 짜고 물가에 대해서 거짓말하는 것이길 바랬는데. 콜라 두 병과 감자칩 작은 봉지 두 개를 조심스레 가지고 계산대에 갔다. 바코드를 대니 콜라가 30 크로네가 아니라 32 크로네라고 찍혔다. 참나, 누구를 호구로 보나. 동대문에서 티셔츠 하나 살 때도 흥정은 기본으로 하며 자란 한국인은 바가지를 참지 않지. “이거 30 크로네라고 쓰여 있었는데? 내가 봤는데?”라고 어디서 밑장을 빼냐는 표정으로 듯이 조목조목 따지니, 직원 언니가 한 병에 2 판트(pant)라고 환경 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알려줬다. “그게... 뭐야? 판트? 팬츠? 바지 아니고? 벗는 거 아니고?” 큰 마트에 가면 회수 기계가 있어서 캔이나 플라스틱 병을 가져가면 2 크로네씩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 2 크로네면 우리 돈으로 300원가량이다.
한국에서는 2017년부터 유리로 된 소주·맥주병을 들고 가면 각각 100원 130원을 돌려주는 빈병 보증금 제도가 있지만 나는 한 번도 마트에 가져가서 돈을 돌려받아 본 적이 없다. 마트에서 다른 사람들이 빈 병을 가지고 와 돈을 돌려달라고 한 것을 본 적도 없다. 대부분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유리병들을 모아 버린다. 마트에 부담을 주는 것도 미안한 데다, 무겁게 이고 지고 가져가는 비용 대비 돌아오는 금액도 적기 때문이다. 반면 여기서는 플라스틱 병, 맥주 캔에 대해서 무려 개당 300원이라고 하니 한국에서도 이 정도 환경보증금을 매긴다면 아무도 폐지 안 주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스틱 병 10개 모으면 커피를 한 잔 사 마실 수 있다면, 일단 나부터 빈병 컬렉터 예약이었다.
편의점에서 산 콜라를 다 마시고, 장을 보러 간 쿱(COOP)이라는 대형마트 입구에서 정말로 캔과 페트병을 회수하는 기계를 봤다. 투입구에 빈 병이나 캔을 넣으면, 개수만큼 금액이 합산되어 영수증이 나온다. 1개를 넣고 2 크로네 짜리 쿠폰 같은 영수증이 나오면, 마지막에 장을 다 보고 계산하기 전에 증빙을 주고 그만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어떤 기계에서는 할인 대신 유기견을 위해 기부하는 방법도 있었다. 아,,, 선진국 클래스. 한수 또 배우고 갑니다.
마트에서 빈병 회수하는 기계를 활용해보는 게 재밌기도 하고 가격도 쏠쏠해서, 노르웨이에 머무는 동안 빈병 빈 캔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서 마트에 가져갔다. 5~6개씩 한 번에 갖다 주고 1,500원씩 할인받으면 어차피 내가 먹은 거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부자 된 기분! 한국에도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환경부담금 제도가 도입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