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노르웨이 여행 중 하이라이트를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아마 55번 국도 여행을 꼽을 것 같다. 릴레함메르에서 롬을 기점으로 베르겐과 플람으로 가려면 55번 국도를 탄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55번 국도를 타려고 플람과 베르겐을 간 걸지도 모르겠다. 이 길은 노르웨이 관광청에서도 관광 국도(Scenic Road)로 정한 도로다. 노르웨이는 대중교통도 연결 편이 잘 되어있는 편이지만,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무래도 자동차 여행이다.
구글 지도 상 2시간 45분이 걸리는 131km 거리. 하지만 우리는 4시간이 걸렸다. 그냥 슈웅 하고 지나칠 수 있는 경관들이 아니라, 멈춰서 커피 한잔 하고 또 전망대에서 사진도 한 장... 아니 백장은 찍었다. 우리만 찍을 수 있나 옆에 커플과 서로 찍어주고 품앗이하고, 내려서 돌에 낀 이끼도 만져보고 폭포수에 손도 담가보고, 오빠가 찍어준 내 사진이 맘에 안 들면 다시 찍으라고 시키고, 또 다른 장관이 나오면 내려서 들숨 날숨 운동을 바삐 하며 느긋하게 가다 보니 4시간이 걸렸다. 55번 국도는 양쪽에 요툰하임 국립공원(Jotuntheimen National Park)과 브레하이멘 국립공원의 웅장함을 보며 갈 수 있는 루트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종류의 자연경관을 어떻게 문장으로 담을 수 있을까. 깊이 깎아지른 산마다 전혀 다르면서도 각각의 색으로 어우러지는 나무가 굽이굽이 빼곡했다. 산 꼭대기에는 하얀 마법사 모자 같은 물안개가 끼어 있어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채로 위를 올려다봤다. 산 위에 쌓인 만년설은 여름이 되면 긴 머리를 풀어헤친 여신처럼 폭포 줄기로 바닥에 물줄기를 드리웠다. 습하고 서늘한 공기 속에서 무성히 자란 이끼와 양치류가 바위를 뒤덮여 있었다. 구불진 길을 돌아 돌아가도 계속해서 초록색 깊이감을 더했다. 태곳적부터 존재하는 원시 자연 속으로 인간이 길을 냈고 약간의 허락을 받아 지나가는 느낌이랄까. 운전하는 네 시간 내내 산세가 이어졌고 이대로 길이 끝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55번 국도에서 내가 가진 감탄사는 이미 바닥 난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