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5월은 열매를 솎아야 한다고 매주 내려오라 하신다
온통 하얀색 꽃으로 덮여 있었는데
어느덧 꽃들은 지고 초록색의 작은 열매가 맺혀있었다
그것도 얇은 줄기에 아주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빽빽하게 자리를 잡은 열매들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나씩만 남기고 모두 떼어냈다
빽빽하게 자라 있는 열매를 보니
참으로 치열하게 사는구나 싶다
하지만 결과물에 조금 더 높은 값이 매겨지기 위해서는 떼어져야 한다
빽빽하게 자란 열매를 솎아주어야
남은 열매가 더 크게 자란다고 한다
상처 입은 열매도 떼어냈다
비바람을 견디며 치열하게 매달리다 생긴 상처지만
자신의 값어치를 깎아내린 것이다
열심히 매달려있다 떼어지는 열매를 보며
잘될 거라 매진했던 나의 순수한 시간을
잘라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거 같아서 아쉽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적이기에 더 지체되기 전에
미련 없이 그만두어야 다른 것을 시작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잘 될 수 있는 것을 추리고
그렇지 않은 것을 떼어내야 한다
열매를 솎아내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직접 떼어내야 했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흔적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곳에 치열하게 살았던 상처 입은 열매가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