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시간

# 시

by CB

한가한 오후

구름도 없이 맑은 가을 하늘에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창문이 없는 방은 문을 열어두고

밖으로 나가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아본다

여유로운 시간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어우러지지 못한 색깔에 이질감이 느껴진다

세입자가 떠난 집처럼

나의 시간은 텅 비어 쓸쓸해 보이고

나는 고장 난 나침반처럼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본다

길을 잃은 시간은 뒤에서 등을 밀어 재촉하는데

아둔한 선장을 둔 돛단배처럼

돛은 펼쳐지지 못하고 그 자리에 고여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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