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과 펜이 있어 낙서를 하듯이
화분에서 자라는 나무를 그려 넣었다
윗부분은 분명 풍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다 보니
나무는 밑부분만이 그려진 채로 마무리되었다
연습장의 중앙에서부터 그렸으면
나무 하나가 완성되었겠지만
습관처럼 연습장의 윗부분부터 손대기 시작하니 밑동만 있는 그림이 되어버렸다
아차 싶은 땐 더 이상 그려 넣을 공간이 없는 걸 알고 난 뒤었다
윗부분은 상상에 맡기지 뭐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밑동만 그려진 나무 그림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직 밑부분부터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우리네 인생처럼
나무도 아직 밑부분만 그려진 채로 마무리되어있다
내일의 나는 무얼까
내년의 나는 어떨까
10년 후 나는 어디에 있을까
그저 상상만으로 남아 아직 형태가 없는 나의 미래
나무줄기가 길게 이어져
풍성한 나뭇잎을 가진 멋진 나무였을 수도 있는
나의 그림
오늘의 노력이 길게 이어져
행복하고 걱정이 없는 달콤한 열매 같은
나의 미래
아무 생각 없이 그려본 미완성된 나무 그림에서
나의 미래를 얹어서 생각을 해본다
오늘이 힘들어도 어제가 괴로웠어도
아직 이어지고 멀리 나가고 있는 중일 테니
버티고 또 버티고 싸우고 또 싸우고
그렇게 길게 굵게 자라나 갈 나의 인생
분명 나무 그림이 완성되었다면
나무의 윗부분은 멋지고 아름다웠을 거다
분명 그랬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