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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Jan 12. 2024

아이디가 coquine와 Calvin이라서


내 아이디는 불어로 꼬낀느, 남편의 영어 이름은 캘빈이다. 90년대에 만든 아이디라 이름보다 친숙하다. 나이 든 꼬낀느가 좀 웃기긴 하지만 계속 쓴다.     


꼬낀느와 캘빈의 라이프 스타일.    

 

싸우지 않는다.    

 

이제는 싸울 일이 없다.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할 나이가 되었고,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둘 다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저녁 월남쌈 준비해 두고 출근해요.”

“우와, 대단하다. 엊저녁에 월남쌈 먹자고 해야지 했는데. 내가 말했어요?”

“아뇨.”

뭐 이럴 정도로 둘이 합이 척척 맞는다.     

우리는 둘 다 예민한 사람이다. 한 번 마음이 틀어지면 결코 회복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라 어쩌면 더 조심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살아온 햇수가 거듭되며 굳이 조심스럽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상대에 대해 방만하지 않는다, 고 나는 믿는다.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쓴다.    

 

몇 년 전 한 부부가 이혼의 위기에 처했었다. 젊어서부터 친구였던 부부라 서로 니네 하면서 반말을 쓰고 살아왔다. 

“반말을 쓰니 싸우게 되면 너무 끝까지 간다. 그래서 서로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그 부부는 결국 이혼하긴 했지만, 한창 싸움이 심할 때는 존댓말의 덕을 보았다고 했다.      


처음부터 우리는 존댓말을 썼다. 그렇다고 ‘-십시오’ 할 정도까지는 아니고, 둘이 대화 중엔 편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문자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격식을 차려서 말할 때는 ‘해요’ 정도를 쓴다.

말버릇은 중요하다. 부부간에 의가 좋을 때는 반말이 걸리지 않지만, 속상한 일이 생기면 당장 호칭과 반말이 무지 자존심 상하게 한다. 적당한 존칭은 관계를 더 부드럽게 한다. 내 경험이다.     


집안일을 같이 한다.     


아마 우리가 회사 동료였어도 멋진 팀워크를 이루지 않았을까. 

“뭐 도와줄까?”

내가 집안일하고 있을 때 남편이 종종 하는 말이다. 평일 저녁 설거지하고 있을 때는 하루 종일 일하고 온 남편이 측은해서 혼자 하겠다고 한다. 물론 조금이라도 내 몸이 언짢을 때는 남편이 한다.

주말에는 남편이 식사를 전적으로 담당한다. 내가 주말에는 더 바쁘고, 잠이 더 많아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 준비가 다 되어 있다. 각 집마다 관습이 다 다르겠지만, 평생 집안일해온 여자도 나이 먹으면 일하기 정말 싫다. 그러니 나이 들수록 힘센 남편이 아내를 도와주면 졸혼, 이혼 생각 안 난다.


화장실을 분리한다.     


처음부터 분리한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안방 화장실, 남편은 거실 화장실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분리되어 버렸다. 그런데 분리해 보니 편하다. 안방 화장실은 너르고, 거실 화장실은 손님용이라 작아서 미안하긴 하다. 하지만 남편은 현명하다. 내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과 씻는 공간에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니. 나는 화장실 분리에 만족한다.     


TV 리모컨도 분리한다.     


우리는 거실에 TV를 놓지 않고, 침실에 두었다. 자기 직전에만 보다 잠든다. 

작년에 리모컨으로 넷플릭스가 켜지지 않아 하나를 새로 주문했다. 두 개를 놓고 쓰면서 그럼 당신 하나, 나 하나. 하고 각자 잠자리 곁의 사이드 테이블에 하나씩 두고 쓴다. 이것 해보니 우습게도 편하다. 

“여보, 리모컨 좀 줘봐요.”

하지 않고, 제 자리에서 켜고 끌 수 있다. 엉겁결에 리모컨을 분리했지만, 해보니 좋다.      



부부는 살아갈수록 서로의 공간을 분리하고, 각자의 영역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공간의 분리와 영역 확보는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존중은 표현해야 한다. 그게 더 오래 잘 사는 비결일 것이다. 


* 사진은 2023년 연말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한 에어팟 프로.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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