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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Jan 09. 2024

Bucket List, 버킷 리스트는 없기로 해서

  

2024년이 되었으니, 올해의 버킷 리스트나 내 인생에 남은 위시 리스트를 깡통에 가득 채워봄 직하다.    

 

1. 1년씩 스페인이나 프랑스 남부에 가서 어학 공부를 하고 싶다.      


사주팔자가 ‘집 안에 있으면 더 아픈 사람’이라 그런지 바깥에 나가 지낼 때 더 충실히 살았다. 공부를 좋아하는 것은 성취욕보다 몰입하는 시간이 좋아서이다.

규칙적으로 할 일을 정해두고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순위대로 생활하는 것이 편하다. 오전에는 머리 쓰는 일을 한다. 주로 어학 공부를 하거나 글 쓴다. 

언젠가 스페인의 한 마을에서, 오전에는 어학 공부를, 오후에는 마을 구경을 다니며 살고 싶다. 짧게는 한 달쯤, 길게는 일 년쯤.          


2. 딱 두 가지 주제로 책을 두 권 쓰고 싶다.     

  

예전에 우리는 쓸데없는 잡소리를 ‘개똥철학’이란 말로 비웃었다. 나의 ‘개똥철학’은 내 일기장에 쓰면 된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책. 남은 사람들을 위한 책.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책. 그런 책이어야 한다. 오래 살아서 얻어지는 삶의 지혜, 그런 잡설은 말하지 않는다. 그건 좀 더 그릇이 큰 사람들에게 맡겨두자. 나는 그럴만한 물건이 되지 못한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을 올해 조금씩 시간 나는 대로 시작하고, 정리해 나간다.

          

3. 시간을 더 확보하여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싶다.     


딱히 게으름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정말 바쁘게 산다. 나는 1, 2월엔 식사 준비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바쁘다. 방학이라야 차분하게 학생들 기본 실력을 기르는 공부를 할 수 있기에 애들 매일 불러서 공부하게 한다. 

남편도 제주시까지 한 시간 걸리는 출근길을 오간 후에 귀가하니, 저녁 먹으면 드럼 치다 자기 바쁘다. 

“은퇴하면 매일 정원 돌보아, 끝내주게 이쁘게 만들 수 있는데.”

풀 자란 정원을 보면서, 우리는 결의를 다진다. 지금은 주말에야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버킷 리스트 깡통을 비운다. 탈탈. 빈 깡통.     


나이 먹을수록 가벼워져야 한다. 

자신을 믿고, 

지금 하는 일의 가치를 믿고,

앞으로 이루어 갈 일들의 가능성을 믿는다.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해 나갈 일들이 숙제가 되어서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도 덜도 아닐 만큼 우리는 하루를 꽉 차게 산다. 그러니 가볍게 오늘을 살아간다.   

  

그리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하고 싶다’ 생각했던 일들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사진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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