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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Feb 13. 2024

Income & Job, 영어 강사로 소득이 꽤 됐어서

   

“천직이네요.”

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준비된 선생이었어.’란 말도 들었다.

마흔 넘어 처음 시작한 일이지만, 그 이전 공부는 모두 학생들 가르치는 데 도움 되었다. 소득이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평생 직업으로 손색없었다. 무례하게 대하는 엄마들은 거의 기억에 없이 내가 하는 것보다 과람한 대접을 받아 왔다.     


우연히 조그만 개인 영어 클래스를 열어서, 소규모로 선전 한 번 없이 소개로 오는 학생들을 받았다. 선생이 되기 전에 가르치는 기술을 배운 적도 없었고, 세상사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그 나이까지 집안일 아니면 공부밖에  한 게 없다. 교생실습 나온 선생처럼 함께 공부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함께 자랐다. 개인사보다 늘 일이 먼저였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모든 걸 시작부터 혼자 해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3까지 거쳐 간 학생들이 적지 않고, 한 집안에서 형제 셋까지 다닌 가족도 있어서 그간 많은 엄마들과 친구처럼 지냈다.


나갔던 학생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애가 선생님만 찾아요.”

“거 참, 전 그런 말 들으면 이상해요. 저 재미없는 선생이거든요. 농담도 잘 못 하고.”

“아무래도 다시 보내야겠어요. 선생님은 혼내시지 않니? 물으니, 선생님도 우리가 잘못했을 때는 화내시지만, 잘하면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로 칭찬해 주셔, 라네요.”

지금도 학생들에게 거의 화내지 않는다.    

  

나는 EBS 강의처럼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준비 없으면, 수업도 없다.”

선생이나 학생이나 그 수업에 단단히 준비하고, 학생은 자기가 공부한 것을 내놓고 같이 틀린 것을 돌아본다. 새로 진도를 나가며 설명하고 나면, 학생이 예제를 풀어보고, 다시 집에서 숙제할 분량을 받아간다. 


나는 말을 많이 하는 선생이 아니다. 문장을 해석할 때도 학생은 준비가 다 되어 있어야 한다. 해석을 줄줄 해주는 선생이 아니다. 학생은 해석하고, 막힐 때만 그 문장을 분석해서 학생 스스로 해석하게 도와주는 선생이다. 그러니 제 할 일을 잘해오는 학생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해 나갔다. 주로 상위권 학생이다. 이런 경우는 엄마에게 분명히 말한다.

“이제 공부할 줄 알고, 실력이 자리 잡혔으니, 저 아니라 어디 가도 잘할 겁니다.”    

 

반면 모든 밥을 떠먹여 주어야 하는 학생이 있었다. 하나씩 꼼꼼히 짚어가며 아주 느리게 참을성을 갖고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경력 20년이 넘으니 실망하지 않고 끈질기게 아이를 이끌어 나간다. 나 아니면 안 되는 아이니까. 그러나 수업을 마치면 몹시 지친다.      


마흔 넘어 우연히 시작한 일이 천직이 되고, 돈도 많이 벌었다. 돈 액수보다, 내가 쓸모없는 전업주부 같아 절망했던 날들에서 벗어나 훌륭하게 자립했다는 게 뿌듯한 시절이었다. 일이 내게 자존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그래서 믿는다. 일에 돈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고.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규모도 커지고 어리둥절할 정도로 돈도 따라왔다.      


이 일을 만나지 못하고 살았다면, 내가 과연 쓸모 있는 인간이 되었을까. 또 다른 무얼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지금도 ‘학생이 한 명 남을 때까지’ 일하겠다는 자세다. 오늘 아침도 총총 바쁜 발걸음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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