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도서관 로즈 룸에서 뉴요커처럼 공부하기

뉴욕 한 달 살기 8

by 꼬낀느



천장은 화려했다. 부드러운 분홍색 구름이 그려진 천장화 주변에는 금박을 입힌 소용돌이 장식과 뿔피리를 연주하는 천사들이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다. 도서관의 소리도 편안했다. 단단한 나무 안락의자가 적당히 뒤로 기댄 채 책 읽기 편한 각도였다. 타일 바닥에 의자를 끌면 조심해도 소리가 났다. 책장 넘기는 소리, 한국의 도서관에선 금지된 노트북 타이핑 소리, 배낭 지퍼 여닫는 소리들이 부산스럽지 않았다.


뉴욕 공립 도서관의 로즈 리딩룸의 사진을 보고, 저기서 나도 뉴요커처럼 공부하고 싶었다. 이제 스페인어 강의도 4주째라 공부할 게 좀 쌓여서 교재를 챙겨 아침에 도서관에 갔다. 3층 로즈 리딩룸에 들어가려니 입구에서 묻는다.

“왜 이 안에 들어가려는가?”

“공부하려고.”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들여보내준다.


빈자리를 찾아 앉고, 천장을 바라본다. 책상과 등을 바라보고,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 공부에 장소를 가리겠냐만,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도서관중 하나에 앉아 있으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운 심정이 된다.


두 시간 책 보고 정리를 다 하려 했는데, 한 시간쯤 지나니 추워서 견딜 수 없었다. 실내가 공부에 최적인 온도에 맞춰졌나 보다. 윗도리 없이 들어온 나는 걸칠 게 간절했다. 그러고 돌아보니, 다른 애들은 후디에 두툼한 겉옷을 걸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나와서 도서관 샵에 들른다. 나는 요즘 가는 곳마다 샵에 들르는데, 학생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사다 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적당한 물건을 한 달 내내 찾아볼 것이다.


도서관 샵에는 놀랍게도 한국인 가족들이 몇몇 되었고, 여전히 아이들은 커다란 소리로 떠들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학기 중인데, 초등학생들도 있었다. 한국인에게는 한국말이 가장 잘 들려서 더 크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좀 민망해서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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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게 비가 오는 날이었다. 도서관 바깥에서 한국인 모녀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엄마, 저기 사자상 있는데 서 봐!”

중년의 엄마는 잽싸게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포즈를 취한다.

그녀의 우중 선글라스가 귀여워서 빙그레 웃으며 나는 이제 한국 책방으로 향한다.




도착한 지 며칠 안 지나 포틀랜드에 사는 아들에게 문자가 왔다.

“이중섭에 관한 책 좀 구할 수 있을까요? 서귀포엔 이중섭 미술관이 있잖아요. 미국에선 그에 관한 책, 영문이든 한글이든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왜 이중섭에 꽂혔는지 모르지만, 한글 잘 읽지도 못하면서 책을 찾는다. 이중섭에 관한 책이라면 인터넷 책방에 얼마든지 있는데, 진작 말했다면 무거워도 내가 사 갖고 왔을 텐데. 남편과 의논하고, 뉴욕에서 책을 구할 수 있으면 비싸더라도 사다 주기로 했다. 한국 거리에는 한국 책방인 고려서점이 있다.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13,500원 (30$)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15,300원 (34$)

이중섭, 편지화 22,050원 (49$)

황소의 혼을 사로잡은 이중섭 12,420원 (27.6$)


63,000원 정도의 책을 여기서 주문하니 18만 원(140.6$) 이 넘었다. 약 세배를 받는 셈이다. 그래도 한국에서 부치면 그 값도 만만찮고, 또 지가 원하는 것을 선물로 주고 싶기도 했다. 1~2주 안에 책을 받을 수 있다기에 한 달 후 내가 포틀랜드에 갖다 주려고 흔쾌히 주문했다.




<뉴욕 공립 도서관 투어 정보>

도서관의 도슨트가 진행하는 투어는 Stephen A. Schwarzman Building의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공식 투어는 역사적인 로즈 메인 열람실을 포함하여 도서관에서 꼭 봐야 할 여러 공간에 그룹으로 입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Stephen A. Schwarzman 빌딩 투어, 무료 1시간

월요일~토요일 | 오전 11시, 오후 2시


로즈 본관 열람실 투어, 15분

월요일~토요일 |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 오후 3시

일요일 | 오후 1시 30분과 3시


전체 투어를 할 시간이 없으면, 3층에 있는 McGraw Rotunda에서 공식 NYPL 투어 가이드와 함께 웅장한 Rose Main Reading Room의 개요를 살펴본 후 내부로 들어가 관람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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